상전이 벽해가 되었다. 원래는 흑진이던 좌변이 백진으로 바뀌어 버렸다. "역전된 것 아닐까?"(필자) "그렇지는 않아요. 아직은 조금이라도 흑이 좋은 것 같아요."(윤현석) 백2는 삶의 급소. 이 수로 더 욕심을 내고 싶지만 그게 잘 안된다. 참고도1의 백1로 젖히고 3으로 내려서면 좌하귀는 모두 백이 확보할 수 있지만 흑6으로 더 큰 손실을 입게 된다. 흑5는 이런 형태의 급소. 이제 남은 미개척지는 상변뿐이다. 백6은 상변을 최대한 크게 키우겠다는 수. 흑9는 끝내기의 맥점인데 여기서 백10부터 둔 것은 현명한 처사였다. 나중에는 흑11로 받아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백18로 전개하자 상변에 상당한 백의 집이 날 것 같다. "형세 판단을 좀 해봐. 아직도 흑이 나은가?"(필자) "어디 한번 계가를 해볼까요."(윤현석) 백20이 놓인 시점에서 윤현석9단이 가상도를 하나 만들었다. 그것이 참고도2의 흑1 이하 흑5였다. 그 상태로 면밀한 계가를 해보더니 윤현석이 말했다. "여전히 흑이 조금 남는데요."(윤현석) "백이 상당히 한 것 같은데 아직도 모자란단 말이야?"(필자) "진작에 벌어놓은 게 컸던 모양이에요."(윤현석) "그렇다면 강동윤의 4연승인가?"(필자) "아직은 알 수 없지요. 아마 하네가 다른 방식으로 상변을 키우려고 할 겁니다."(윤현석) 그 '다른 방식'을 하네는 정말로 보여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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