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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백제 망국의 교훈

8월은 지난 45년 8ㆍ15 광복의 달이기도 하고 1910년 8ㆍ29 국치의 달이기도 하지만, 이보다 1346년 전에는 백제가 망한 역사의 달이다. 나당연합군의 침공을 받아 웅진성(공주)으로 달아났던 의자왕(義慈王)과 태자 효(孝)가 투항해 백제가 망한 날은 서기 660년 음력7월18일. 올해는 양력으로 8월11일이다. 이보다 앞서 7월13일 백제의 왕성 사비성(부여)이 함락되자 신라와 당의 18만 대군이 백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고 아비규환의 피바다 속에서 도성은 7일 낮 7일 밤을 철저히 불타고 무지막지하게 파괴당해 지상에 버티고 서서 남은 것이라고는 당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자신의 군공을 새기려고 남겨둔 5층석탑 하나뿐이었다. 그해 음력8월17일 소정방은 의자왕과 왕자 4명, 대신 93명, 남녀 백성 1만2,807명을 포로로 이끌고 황해를 건너갔다. 김부식(金富軾)은 ‘삼국사기-백제본기’를 끝내면서 이렇게 썼다. ‘백제는 말기에 이르러 소행이 도리에 어긋남이 많고 또한 대대로 신라와 원수가 되고 고구려와 친해 신라를 침략하매 당 고종은 두번이나 조서를 내려 그 원한을 풀도록 했으나 겉으로는 따르면서 속으로는 어겨 대국에 죄를 지었으니 그 멸망은 또한 당연하다고 하겠다.’ 백제는 과연 김부식의 말대로 대국(당)에 죄를 지었기에 망해서 마땅했을까. 백제 망국사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인가. 당시 백제의 국세는 5방 37군 200여성, 76만호였다고 한다. 76만호라면 인구 35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러한 국세로도 단 한달은커녕 겨우 일주일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망국의 치욕을 당한 것이다. 무왕(武王)의 태자였던 의자왕은 젊어서는 결단성이 있고 효성이 지극했으며 형제간에 우애가 깊어 ‘해동증자(海東曾子)’로 불렸다고 한다. 641년 3월, 무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의자왕은 그 이듬해에 윤충(允忠) 등 장수와 군사를 거느리고 신라의 서쪽 변경 40여성을 빼앗았고 그 뒤에도 의직(義直)ㆍ은상(殷常) 등을 보내 신라를 쳤으며, 재위 15년(655)에는 상좌평 성충(成忠)을 보내 고구려와 동맹을 맺고 신라의 30여성을 빼앗을 만큼 위세를 떨쳤는데, ‘삼국사기’는 바로 그해부터 매사가 빗나가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즉 그해에 태자궁을 사치스럽고 화려하게 수리하고 궁궐 남쪽에 망해정을 세웠으며, 그 이듬해에는 주색에 빠져들어 충간하는 성충을 옥에 가두니 그때부터 간하는 신하가 없어지고 나라는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김유신(金庾信)이 모략전으로 보낸 간첩 조미압과 좌평 임자, 요녀 금화 등에 의한 내부 분열도 백제 멸망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국왕의 리더십 부재에 국론의 분열, 안보불감증 등이 망국을 불러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18만 나당연합군이 물밀 듯이 쳐들어오자 때는 이미 늦어 계백(階伯)과 5천 결사대의 동부전선도, 의직의 서부전선도 모두 무너져버리고 123년의 영화를 자랑하던 백제의 도성 사비성은 맥없이 함락되고 말았으니 이 또한 무비유환의 냉혹한 교훈이 아니랴. 국가 안보란 조그만 구멍이 생겨서도 안되는 법이다. 조금이라도 불안하고 미비한 점이 있으면 시급히 보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안보는 어떤가. 김대중 정권 이래 부국강병은 고사하고 북한에 미사일 협박 공갈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비위 맞추기와 퍼주기에 급급하니 한심하다. 설상가상으로 안보의 가장 중요한 보루인 한ㆍ미 동맹에 금이 가고 있어 참으로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에 더는 기대할 것도 없다. 중국도 북한도 핵 무장을 했으니 차라리 우리도 ‘자주 국방’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동북아 전력(戰力)의 균형을 위해 일본에도 재무장을 권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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