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연일 상승 장세를 이어 가면서 각종 은어가 등장하고 가사 도우미들까지 투자에 나서는 등 갖가지 행태가 연출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3일 중국의 데이트레이더 투자자들 사이에 '유령(Ghost)' 대신 '검은말(Black horse)'을 타라는 등 중국에서만 통용되는 증시 은어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유령'은 가치가 폭락할 수 있는 위험한 주식을, '검은 말'은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지속하는 우량 주식을 일컫는 말이다. 또 싼 값에 주식을 매입해 비싸게 되파는 의미의 '모자를 위해 싸운다'(fighting for hat), 더 이상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는 손절매를 뜻하는 '고기 얇게 썰기'(meat slicing)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아울러 주가상승에 도움이 되는 뉴스를 '승용차 의자 들어올리기'(lifting sedan chair), 내부자 거래하는 이들을 '쥐새끼 투자자'(rat investors)라고 부르기도 한다. 올해 상하이 증시 폭등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중국의 데이트레이더들은 이 같은 증시 은어를 빠르게 습득하며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주식 투자 붐이 절정을 이루면서,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사 도우미'들까지 주식 투자 대열에 나서고 있다. 상하이에서 '가사 도우미' 알선업을 하고 있는 민셩씨는 "최근 가사 도우미들이 일을 등한시하고 주식에만 관심이 쏠려있어 고용주들의 불만이 높다"며 "가사 도우미를 하려는 사람도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몇 주전까지만 해도 가사 도우미로 일해온 장웨이씨는 "이제는 상하이시 중심가의 증권사로 매일 아침 출근한다"며 "지난 한달 동안 주식투자로 연봉의 절반을 벌었다"고 자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중국 정부가 지난주 금리 인상 조치를 발표했지만, 증권사의 주식 계좌는 오히려 21일에만 28만7,000개가 새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투자자들이 '가치 투자' 보다 '검은 말'을 쫓는 투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다.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증시의 1년내 붕괴를 예언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증시 상승주기는 2~3년인 점을 감안하면 200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거품은 앞으로 1년 안에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고, "투자자들의 맹목적인 낙관과 경험 부족이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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