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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링컨과 제퍼슨
입력2005-08-09 16:31:48
수정
2005.08.09 16:31:48
서정명 <워싱턴 특파원>
세계 정치의 중심지인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는 연일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아시아ㆍ유럽ㆍ중동은 물론 멀리 아프리카에서 찾아온 초등학생들이 작은 메모지에 깨알 같은 글씨로 뭔가를 적으면서 400년도 채 안 되는 미국 역사의 산 현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바쁘게 돌아다닌다.
워싱턴D.C.를 찾는 사람들이 빠뜨리지 않고 들리는 기념관이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 기념관과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이다. 내셔널 몰 서쪽 포토맥 강변 가까이에 있는 링컨기념관은 미국 내 50개 주에서 가져온 대리석을 이용해 지난 1914년 건립됐으며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스타일의 웅장함을 자랑한다. 링컨 대통령의 앉은 모습을 형상화한 거대한 흰색 동상 옆면과 뒷면에는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문이 새겨져 있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연설 등 미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펼쳐진 현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링컨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을 직선으로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을 앞세워 민의(民意)를 저버리는 것은 아닌지, 부당한 이권에 개입해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권모술수의 횡포를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 국회의사당을 내려다보는 눈초리가 매섭다.
발길을 옮겨 타이달베이슨 남쪽으로 향하면 미국 3대 대통령이자 독립선언문 초안을 작성한 제퍼슨기념관이 우뚝 서 있다. 1934년 짓기 시작해 제퍼슨 대통령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인 1943년 문을 열었다. 실내 중앙에는 영웅적인 모습의 제퍼슨 청동 입상이 놓여져 있고 4개의 판조각에는 그가 남긴 말이 새겨져 있다.
인상적인 것은 제퍼슨 대통령이 저 멀리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선정(善政)을 베풀고 있는지, 국민들이 함포고복(含哺鼓腹)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내놓고 있는지, 권력 위에 군림하는 것은 아닌지, 엄한 눈매가 그지없이 무섭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서울에서 워싱턴D.C.까지 왔다는 초등학생 2학년이 제퍼슨기념관 계단을 내려오면서 엄마에게 묻는다. “한국에도 청와대나 국회를 내려다보는 대통령 동상이 있나요?”
“그런 대통령은 아직 없어”엄마가 고개를 흔든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의 절반을 넘겼다. 국민들로부터 어떠한 국정운영 성적표를 받을 것인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졌는지, 국민화합은 성공적인지, 정쟁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비하지는 않았는지.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링컨과 제퍼슨 대통령의 동상이 더욱 크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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