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의 영향으로 상당수 지역에서 분양침체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부 아파트는 수요자가 몰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특히 신도시가 들어서는 택지개발지구와 그렇지 않은 비(非) 택지개발지구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아파트는 대부분 해당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대단지이거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단지, 개발호재가 있는 단지, 신규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 같은 단지들은 청약 순위 내 마감되거나 높은 수준의 계약률을 보이고 있다. 덩달아 미분양 물량도 속속 팔려 나가고 있다. 수도권의 인기 택지지구인 화성 동탄 신도시는 삼성반도체 공장을 배후에 두고 있는 등 개발호재에 힘입어 8ㆍ31대책의 외풍을 타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10월 분양된 신일유토빌 626가구는 초기에 계약이 완료됐다. 풍성주택도 이 지역에서 풍성신미주 아파트 438가구를 계약기간 3일(11월 30일~12월 2일) 동안 모두 팔아치웠다. 우미ㆍ제일건설이 지난달 28일부터 이 달 1일까지 분양한 1,316가구도 예비 당첨자를 포함해 100% 계약이 끝났다. 이영돈 우미건설 부장은 “집이 없는 만 35, 40세 이상 무주택자에게 전용면적 25.7평 이하 물량의 75%가 배정되면서 투기지역 내 이중대출 제한자가 적었던 것도 계약률이 높은 원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택지지구의 경우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는데다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전용 25.7평 이하는 가격 경쟁력도 갖춰 택지지구 아파트 선호 현상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분양물량이 집중된 대구에서는 달서구 상인동 월배지구의 상인 e-편한세상이 1순위에서 모든 평형이 청약 마감됐다. 1,053가구 중 188가구가 공급된 33A 평형은 3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근 수성구 범어동에서 분양한 삼성물산 및 월드건설과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박정일 대림산업 상무는 “대구의 신도시급 대단지인데다 지하철 1호선 상인역이 걸어서 5분 이내 거리인 역세권이고 분양가도 낮은 편이어서 청약자가 몰린 것 같다”고 풀이했다. 특히 호재가 있는 지역은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계약률이 주춤하던 충남 계룡시 두마면 계룡 e-편한세상은 행정중심복합도시 합헌 결정 이후 구입 문의가 빗발치면서 하루에 20~30개씩 미분양 물량이 팔리고 있다. 충남 조치원읍 죽림 푸르지오도 하루에 수 십 채씩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비 택지지구는 초기 계약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거나 20~30%대에 머무는 곳도 적지 않다. 특히 지방이 저조하다. 울산시 남구 달동 월드메르디앙(228가구)은 정식 계약기간에 35%가 팔리는 데 그쳤고, 부산 수영구 광안동 성원상떼빌Ⅱ 주상복합아파트는 정식 계약기간에 85가구 중 35건의 가계약만 받았을 뿐 정식계약은 한 건도 못했다. 한솔건설이 최근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분양한 한솔파크도 계약률이 25%선에 머물고 있다. 성종수 알젠 대표는 “8ㆍ31대책 이후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단지와 개발재료가 있는 지역으로의 청약 쏠림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분양권 전매제한, 1가구 다 주택자 양도세 강화 등으로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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