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원동에 사는 주부 김모(42)씨는 요즘 주차가 아주 즐거워졌다. 지난달 새로 구입한 자동차에 장애물 여부를 알려주는 첨단기능이 탑재돼 예전처럼 주차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활동중인 수입차 업체들이 다양한 편의장치를 앞세워 여성고객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고 있다. 특히 자동차 구매과정에서 여성들의 파워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아예 설계단계부터 여성을 세심하게 배려한 모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성 운전자들의 비율이 지난 2001년 28.6%(등록대수 기준)에서 지난 6월 40%까지 치솟으며 여성들의 취향이 히트모델 여부를 곧바로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벤츠와 아우디, 혼다, 푸조, 재규어 등은 자동차주차 도우미부터 유아 보조장치, 저중심 장치, 브레이크 조절기 등 여성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첨단기능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우선 전자식 주차 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 클래스와 아우디의Q7을 꼽을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는 주차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을 위해 장애물이 있는 경우 신호음을 울리는 파크트로닉 기능을 탑재했다. 이 차량은 주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장애물이 있으면 운전자에게 미리 경고를 해주고 눈으로도 직접 경보장치를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주차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 운전자들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아우디의 Q7은 시야의 사각지대인 후방을 미니 스크린을 통해 완전히 보여줄 뿐만 아니라 좁은 지역에서도 여성들이 쉽게 주차할 수 있도록 선으로 진입로를 표시해 간편한 주차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차량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2열 시트에 표준 규격에 맞는 어린이 시트 부착구를 적용해 아이의 안전을 확보한 점이다. 혼다의 신형 CR-V도 설계단계부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배려를 기울였다. 이 차량의 뒷 좌석에는 아이를 위한 유아용 시트를 장착할 수 있도록 리어센터시트를 적용한 데 이어 시트를 앞으로 당기면 조수석에 앉은 사람도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특히 뒷좌석에 있는 아이의 상황을 여성 운전자가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컨버세이션미러도 여성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또 차체를 높게 해 여성 운전자가 승하차하고 운전하는 데 편하도록 설계한 차량도 판매중이다. 푸조의 뉴 307W Hdi는 기존 차체보다 4cm 가량 높여 미니 스커트를 입고도 편하게 운전석에 탑승할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 등의 장치를 운전자의 체형과 다리 길이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차량도 선보였다. 캐딜락의 SRX와 에스컬레이드, 재규어의 S타입이 대표적인 차량. 이들 차량은 남성과 여성의 다리 길이가 다른 점에 착안해 브레이크 페달을 앞쪽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채택했다. 재규어의 S 타입도 핸들 뒤에 있는 스위치를 통해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 모두를 최대 68mm까지 조절하도록 배려했다. 수입자동차협회의 한 관계자는 “세계 4위의 자동차 회사를 이끌고 있는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그룹 회장이 기술상담직의 20%, 영업직의 10%를 여성에게 할당한 것은 여성 고객을 겨냥한 정책적인 판단 때문”이라며 “여성 고객들의 취향에 걸맞는 편의사향이 첨단 신기술 못지 않게 중요한 구매의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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