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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7월22일] <1454> 러셀 세이지

‘미국 자선문화의 원조격인 기부천사, 투자와 투기를 넘나들며 주가조작도 서슴지 않았던 수전노.’ 미국의 정치인이며 금융가ㆍ기업인인 러셀 세이지(Russell Sage)가 가진 상반된 이미지다. 어느 것이 맞을까. 후자 쪽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대부호였다는 점. 포브스지가 선정한 ‘역사상 200대 부호’ 명단에 49위로 올라 있다. 1906년 7월22일 90세로 사망했을 때 유산은 요즘 가치로 451억달러. 천문학적인 재산을 그는 맨주먹으로 모았다. 초등학교를 마친 뒤 농사를 거들다 15세부터 잡화점 심부름꾼으로 출발해 21세에 소매점, 2년 뒤에는 도매상까지 차렸다. 재산을 모은 그는 정치를 병행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25세에 구(카운티)의회에 진출하고 37세부터 41세까지 두 차례 하원의원에 뽑혔다.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재임하는 동안에도 그의 재산은 한없이 늘어났다. 부당폭리로 고발 당해 벌금까지 물었을 정도로 악명 높았던 고리대금으로 부를 불렸다. 말년의 행적은 투기. 막대한 철도ㆍ전신 주식을 사들여 경영진에 참여하고 주가를 움직였다. 일정 주식을 정해진 가격으로 살 수 있는 ‘풋&콜(Puts&calls) 옵션’을 고안한 당사자로도 유명하다. 친구의 대출 부탁을 거절해 다이너마이트 폭발 테러까지 당할 만큼 자린고비였던 그는 사후에 고결한 자선가라는 명망을 얻었다. 러셀세이지여대와 자선재단을 세운 미망인 덕분이다. 1907년 설립된 ‘러셀세이지재단’은 미국 최초의 대형 자선재단으로 카네기재단(1911년)과 록펠러재단(1913년) 설립에 영향을 끼쳤다.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썼기에 세이지의 이름은 아름답게 전해 내려온다. 한국에서도 ‘참기부’가 확산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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