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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트 주한 독일대사 "韓, 서독의 對동독 상호주의 원칙 참조를"

체제변화 유도위해 경제적 지원 제안하며 정보공개·인권개선 등 요구


"서독은 경제적 지원 등을 제안하면서 체제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정보공개와 인권개선 등을 대놓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스-울리히 자이트(사진) 주한 독일대사는 29일 서울 용산구 독일 대사관에서 '독일통일 20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하고 한국이 통일을 위해 서독의 동독에 대한 '상호주의 원칙'을 참고할 것을 조언했다. 한국 정부가 최근 쌀 지원 등 대북지원을 본격화함에 따라 그 대가로 북한에 정보의 공개와 인권개선 등 인도주의적 보상을 요구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자이트 대사는 "서독은 상대(동독)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다"며 "동독이 이에 따라 제안을 받아들이면 실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다"고 밝혔다. 자이트 대사는 "이러한 상호주의 원칙이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냈다"며 "동독에서는 정치적 탄압 체제에서도 민권과 환경운동 등을 싹트게 했고 폴란드의 자유노조 운동과 구소련의 재야운동에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특정한 상황에서는 상대가 보답을 하지 않을 것을 알아도 협력을 제안하는 게 좋을 수 있다"며 "이 문제는 이데올로기를 배제하고 이성적이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이트 대사는 또한 한국은 북한 경제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서독은 동독 경제를 너무 과대평가했고, 특히 서독의 완비된 사회보장제도를 동독에 그대로 시행하려는 오류를 범했다'며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를 단시간 내에 북한에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북한 사회를 남한 사회에 점진적으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통일도 독일처럼 '흡수통일'의 형태가 될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자이트 대사는 최근 북한의 3대 세습문제와 관련,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북한사회의 변화동력은 경제침체의 장기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내부의 권력변화와 함께 외부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며 "특히 중국의 엄청난 경제발전이 북한 사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현재 북한에서 중국을 통해 휴대폰을 수입, 사용하는 것이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북한에 전수해 줄 것들이 많다"며 한국의 성공적인 조립사업 등을 사례로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통일세'와 '제2개성공단 설립' 방안에 대해서도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점진적 접근을 위해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독일 대사관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의 독일 병원에서 일했던 40여명의 한국인 의료인들을 오는 10월 3일 통일 20주년 행사에 초청해 노고에 감사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이트 대사는 "독일과 한국은 의료분야에서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앞으로 두뇌연구 등 첨단 의과학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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