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무법자’ ‘더티 해리’ 등 스크린에서 보여줬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카리스마를 화면에서 마지막으로 접할 수 있는 영화 ‘그랜 토리노’가 19일 국내 개봉한다. 서부극 전문배우에서 세계적인 감독으로 거듭난 이스트우드는 이 작품을 끝으로 연출에만 전념하겠고 선언, 영화팬들을 아쉽게 만들고 있다. 그런 탓에 그가 출연한 마지막 작품을 보려는 관객이 몰려 영화는 개봉 5주차에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제작비 대비 4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올해 미국 영화 중 최고 흥행작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고 하니 이스트우드의 시들지 않은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이번에 그가 맡은 역할을 두고서 외신들은 터프한 형사 ‘더티 해리’의 부활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이자 고집불통 노인인 월트 코왈스키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보였기 때문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좀 싱겁다고 생각될 정도로 특별한 건 없다. 자동차 공장에서 은퇴한 월트는 아내가 죽은 뒤 혼자 외롭게 살아간다. 어느날 아시아계 소수 이민족이 이주해오는데 이사 온 지 며칠 되지 않아 이웃집 소년 타오는 갱단의 협박에 못 이겨 월트의 72년산 자동차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고 한다. 월터는 타오가 도둑질을 못하게 하고 갱단의 싸움마저 무마시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타오의 어머니와 누나는 잘못을 보상해야 한다며 타오가 월터의 일을 돕도록 한다. 물론 배타적인 성격의 월터는 처음엔 이들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마음을 열고 이웃과 우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전쟁의 상처로 남몰래 괴로워하던 월터가 이방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점차 변해가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연기와 연출 두 방면에서 경지에 오른 이스트우드의 탁월한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이제 연기에서 영원히 은퇴하는 그에게 이 말이 어울릴 듯 싶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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