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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2월 2일] 톨레랑스 부재의 시대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함께 가자.”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했던 말이다.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념’ 대신 ‘실용’과 ‘능력’으로 사회적 단합, 관용을 이뤄야 한다는 의미로 애써 해석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흐름을 보면 이 기대는 역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 정권과 관련 있던 공공기관장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기업인들까지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의 또는 타의로 줄줄이 자리를 내놓고 있다. 남중수 KT 사장이 그랬고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그랬다. 요즘에는 그 강도를 더해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임직원에게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최근 한 상갓집에서 들은 얘기다.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한 고인(故人)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는 “모 국가기관에서 회사 측에 과거 운동권 전력을 가지고 있었던 특정 인물들을 내보내라고 직접 압박을 가해 고인이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회사 측에서 못하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직접 대놓고 얘기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정부가 어떻게 기업의 인사에까지 관여하냐고 말하지는 않겠다. 지금까지 유형 무형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낙하산인사’나 ‘청탁인사’가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것도 과거의 경력을 문제 삼아 직원 인사에까지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게 아닐 것이다. 경기가 안 좋다. 국제통화기금(IMF) 시절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로 뭉쳐라’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는 주지 않고 있다. 위가 있으면 아래가 있고, 왼쪽이 있으면 오른쪽이 있는데 자꾸 한쪽만 있다고 말한다. 어디에도 중간은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필리프 사시에는 ‘톨레랑스(관용)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톨레랑스란 내가 동의하지 않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며 자기 중심주의의 포기”라고 정의했다. 내가 아닌 남을 인정하는 것, 지금 그리고 바로 이러한 톨레랑스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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