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종합보험 가입 운전자 면책 조항 위헌결정에 대해 명확한 해석이 없어 시민들은 물론 보험업계와 운수업체, 심지어는 법을 집행하는 검찰과 경찰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중상해에 해당하는 사고를 낸 운전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됨에 따라 '중상해'에 대한 범위와 처벌 수위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위헌결정은 선고일(26일)부터 효력이 발생하지만 당분간 적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와 검찰은 조만간 '중상해' 교통사고에 대한 처리지침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중상해'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설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상해' 범위 놓고 혼선=형법 258조는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 또는 불치, 난치의 질병에 이르렀을 때 '중상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헌재도 지난 26일 위헌결정에서 이 조항을 중상해 판단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일단 실명이나 팔다리 등 신체의 중요부위가 잘려 불구가 된 경우, 언어장애가 발생한 경우 중상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법원도 폭행으로 한쪽 눈을 실명하게 하거나 신체 일부를 마비시킨 경우에는 피해정도가 크다고 보고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반면에 단순히 다리가 부러지거나 손가락 한 개가 잘려나간 경우는 중대한 장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체 외형상 중요 부분이 상실되거나 고유의 기능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도 "4~5주의 치료를 요하는 다리 골절상이나 흉부자상 등은 중상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신체의 중요 부분인지 여부는 피해자의 직업 등 개인적인 사정이 아닌 일반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다수 의견이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가 교통사고를 당해 새끼손가락을 절단당해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다 해도 손의 기본적인 기능은 유지되기 때문에 '중상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경찰관은 "들쭉날쭉한 병ㆍ의원의 상해진단만으로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업무처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검찰의 지휘를 받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중상해의 기준을 몇가지 문구로 명확히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법원의 판례가 축적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ㆍ법무부 사고처리 기준 마련 고심=검찰은 일단 '중상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때까지 관련 사건 처리를 유보하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하고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헌재의 위헌결정에 대한 범위와 '중상해'의 기준에 논란이 있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사건처리지침을 일선 검찰과 경찰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도 교통사고 피해자가 형사처벌 면책을 조건으로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 '중상해'의 사례를 설명하는 대국민 홍보 책자를 배포할 방침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중상해는 일반적인 '중상'과 달리 그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며 "실제 중상해 교통사고를 내 처벌받는 사람은 예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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