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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동산통계, 어떻게 봐야하나
입력2006-05-14 16:30:02
수정
2006.05.14 16:30:02
지구는 둥그런 땅이다. 반지름 6,378㎞, 둘레 4만74㎞, 겉넓이는 5억1,010만934㎢이다. 그중 70%가 물로 덮여 있어 육지는 108조평, 세계인구 1인당 1만8,000평이 돌아갈 만한 크기다.
육지의 상당 부분도 얼음과 호수, 산악과 사막이다. 그래서 실제 이용할 수 있는 땅은 1인당 200평, 6인 가족이라면 1,200평 정도에 불과하다. 서기 9년 중국 한나라의 왕망이 토지개혁시 분배한 농지도 가구당 1,200평이었다. 지난 1950년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농지개혁 때 가구당 허용된 규모는 3,000평이었다.
수치만으론 가치 측정 어려워
역사상 땅을 가장 많이 소유한 집안은 아르헨티나의 안코레나 가문이다. 1856년 이 가문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보유한 농지는 75억681만평이었다. 우리 국토가 300억평이고 농지면적이 66억평이니 안코레나 가문이 보유했던 땅은 우리나라 농경지보다 훨씬 넓었다. 그러나 만경(萬頃)의 땅을 갖고 있던 지주도 죽었을 때 묻힐 땅은 세 평이면 충분하고 만석꾼의 식탁에도 한 끼에 세 홉이면 족하다고 한다.
우리 민법은 땅과 그 위에 있는 정착물을 부동산이라 정의하지만 원래 부동산은 땅만을 의미했다. 부동산을 부(富)의 상징으로 여기지만 원래는 신분의 상징이었다. 부동산은 ‘real estate’를 번역한 말인데 여기서 real은 ‘진정한’이라는 뜻이고 estate는 ‘신분’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status에서 나왔다.
부동산, 즉 땅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움직이지 않는(不動의) ‘진정한 신분’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기원전 8세기에 호머는 저 유명한 서사시 ‘오디세이’에서 자유인에게 죽음 다음으로 최악의 운명은 자기 땅이 없어 다른 사람 땅에서 일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부동산통계를 두고 최근 말이 많다. 한 시민단체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땅값이 1,152조원 올랐다고 하자 정부는 공시지가 현실화 수준을 조정하면서 발생한 상승분을 빼고 순수하게 오른 땅값은 114조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편견과 오류를 털어내고 객관적인 정책결정에 도달하려면 정확한 통계작성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에 정부는 부동산통계를 한곳에서 집중 관리하고 민관 합동으로 부동산 정보 포털사이트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통계숫자의 정확성이 중요한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통계기법이 진보하고 통계숫자의 정확성이 높아져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은 허전한 경우가 있다. 때때로 정말 중요한 것은 측정할 수 없고 숫자로 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결정자에 대한 신뢰와 국민의 자긍심,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공동체에 대한 연대의식, 부동산시장의 정직성과 거래 투명성에 대한 가치 등은 측정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종종 숫자와 진리가 혼동된다. 통계수치가 바뀌면 진실도 바꿔질 것이라고 믿는 경우가 있다. 많은 국민들은 노골적이고 정확한 통계수치보다 그 수치가 안고 있는 의미, 부동산통계에 대한 데이터가 아니라 숫자의 숲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원할 것이다.
국민들 이해하기 쉽게 작성해야
이 때문이었을까. 숫자전쟁으로 2차 대전 승전의 기틀을 마련했던 경제학자 존 케인스는 돈을 세는 것을 곧 국가의 부를 세는 것으로 믿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1,152조원이든 114조원이든 전국의 땅값이 오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그동안 전 국민의 신분도 진정 상승했는가. 지난 몇 년 동안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진정 강남에서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의 신분도 하늘처럼 높아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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