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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4월 28일] 늙어도 주책 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하거나 외모를 갖춘 사람들은 종종 ‘늙어서 주책’이라는 말을 듣고는 한다. 물론 본인 스스로가 ‘다 늙어서 이 나이에 무슨’ 하면서 타인의 권유를 뿌리치는 모습도 보인다. 진료실에서 다른 질환 때문에 방문했다가 얼굴에 있는 검버섯이나 주름에 대해 묻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을 자주 뵌다. 그분들 대부분은 ‘늙어서 주책 없지만’이라는 말로 말문을 열지만 젊은이 못지않게 젊어 보이고 싶고 좋은 이미지로 보이기를 원한다. 여러 질문을 하면서 행여 나이 어린 의사가 자신을 ‘주책없다’고 생각할까봐 경계하는 눈빛도 보이고는 한다. 주책이라. ‘주책’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이다. 그렇다면 늙으면 주책이 없어지는 걸까. 그건 아니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특히 자식이나 젊은이들의 보는 눈이 무서워 하고 싶은 것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 하나가 ‘재혼’이고 다른 하나가 ‘젊어 보이려는 치장’일 것이다. 외모지상주의라는 현 세태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더라도 ‘좋은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생활에 활력이 생기고 자신감도 생겨 다른 일을 하는 데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성장하고 늙어간다. 늙음이라는 것은 꼭 오는 것이지만 유쾌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체력적으로 쇠퇴하고 외모 또한 볼품없어지는 것 같다. 기분도 우울해질 때가 많다. 주위의 어르신들을 돌아보자. 그들은 수년 또는 수십년 후 우리의 모습이다. 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외계인이 아니다. 그냥 우리 자신인 것이다. 어르신들도 재미있는 것, 맛있는 것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들도 젊어 보이고 싶고 남에게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얼마 전 방송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90세가 넘은 백발의 어르신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해주는 장면을 봤다. 그분은 굉장히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거울을 들여다보셨다. 주름과 색소가 전부인 앙상한 얼굴이라도 예뻐 보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부모님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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