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씨티그룹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고, 미국내 랭킹도 밀리는등 수모를 당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올들어 씨티그룹 주가가 44% 급락하는 바람에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라이벌인 JP모간에게 거의 따라 잡히고 있다고 전했다. 씨티그룹의 시가총액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게 이미 추월당했으며, 미국 내 2위 자리 마저 위협 당하고 있다. 지난 주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씨티그룹의 시가총액은 1,530억 달러로 JP모간의 1,510억 달러에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BoA는 1,871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부실을 낸 구조화투자회사(SIV) 7곳의 회계를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사실상 490억 달러를 부실 자회사 구제금융에 투입했다. 장부에 기록되지 않았던 손실이 실적에 포함되면 씨티그룹의 손실 규모는 그 만큼 커지게 된다. 아울러 씨티 내부에서는 회사를 몇 개로 분리해 매각하거나 별도 경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비크람 팬디트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하면서 이 같은 가능성을 열어놓았으며, 현재 ▦미국내 소매금융 ▦해외 소매금융 ▦투자은행 ▦증권중개업등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샌디 웨일 전 씨티그룹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씨티그룹을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으로 분리하지 말고 현재 모습 그대로 경영해줄 것”을 촉구하며, “경영을 잘 한다면 회사를 쪼개지 않고도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팬디트 CEO가 회사를 쇄신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쪼개 수익이 나지 않는 부문과 비핵심 사업부문을 비롯한 부문을 매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씨티그룹의 실적 부진에 실망한 주주들은 척 프린스 전임 CEO 당시부터 회사를 분리해 운영할 것을 요구해왔다. 씨티그룹은 지난 달 아랍에미레이트(UAE)의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에 75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등 15년 만에 오일 달러에게 다시 손을 내밀어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1990년대 초 미국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의 자금지원을 받아 살아난 전례가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