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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강자의 보호막
입력2007-02-22 17:06:35
수정
2007.02.22 17:06:35
<뉴욕타임스 2월 21일자>
미 연방 대법원이 20일 오리건주 법원의 ‘필립모리스사에 대한 징벌적 배상 결정’을 뒤집은 것은 곧 범죄 기업의 승리를 의미한다. 이것은 비난받아 마땅할 기업이 엄격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법 절차의 남용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 법원이 약자보다는 강자를 보호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로 제시될 수 있다.
오리건주 법원은 폐암으로 숨진 흡연자의 미망인 마욜라 윌리엄스가 필립모리스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82만1,000달러(약 7억7,000만원)의 배상금과 7,950만달러(약 747억원)의 징벌금 지급 판결을 내렸다. 윌리엄스 부인은 이 회사가 담배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 40년간 흡연과 암의 상관관계를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오리건 대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필립모리스가 ‘상당히 비난받을 행동’을 했다며 징벌적 배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원은 오리건 주민들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그토록 오랫동안 흡연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따라서 회사의 행동은 건강을 심각히 해치거나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방 대법원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흡연자들의 피해까지 감안해 필립모리스사를 처벌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이상하다거나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의 반대 의견을 들어보자. 그는 “한 살인자가 특정인을 죽이려고 폭탄을 던져 주변 사람들이 다쳤다면 한 명만을 죽인 살인범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똑같은 경우가 이번 판결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법원은 징벌적 배상을 기각하거나 뒤집으면서 기업권리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일의 판결은 그러한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며 법 절차의 개념을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법원은 일반인들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53달러어치의 비디오 테이프를 훔쳤다는 이유로 ‘삼진 아웃’ 제도를 적용, 50년형을 선고했던 지난 2003년의 판결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을 금지한 수정헌법 8조는 이 판결에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이는 사회적 강자들이 일반 국민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권리침해의 또 다른 신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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