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휴대폰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 궤멸됐다. 중국 주요언론들은 23일 "NEC 중국통신공사가 NEC본사의 해외사업 정리방침에 따라 중국사업 전면철수를 발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중국 대륙 최후의 보루였던 NEC마저 중국사업을 접으면서 일본 휴대폰 기업들은 중국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다. ◇오만이 몰락 재촉= NECㆍ미쓰비시전기ㆍ파나소닉ㆍ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이 중국 휴대폰시장 안착에 실패한 것은 품질ㆍ가격ㆍ서비스 등에서 삼성ㆍLGㆍ노키아ㆍ에릭슨 등에 뒤져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규모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나머지 너무 앞서간 것이 화근이었다. 2세대(2G)ㆍ3세대(3G) 휴대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부했던 일본은 패착을 거듭했다. 일본은 우선 2세대에서 자국의 최첨단 이동통신 기술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싹쓸이'할 요량으로 해외시장에서도 내수시장과 동일한 통신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미국ㆍ유럽ㆍ중국 등이 일본의 통신규격을 따르지 않으면서 일본 업체들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어 3세대 이동통신에서도 일본은 너무 앞서 가는 실책을 범했다. 일본업체들은 2세대에서의 실패를 속히 만회하려고 제품개발, 인력, 생산 등에서 3세대에 역량을 집중했는데 생각과 달리 시장은 빨리 열리지 않았다. 결국 패착이 패착을 부른 셈이다. 이에 따라 일본업체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NEC의 경우 2006 회계연도 상반기(2006.4~2006.9) 순손실이 74억3,000만엔(약 592억4,610만원)으로 1년 전의 14억7,000만엔보다 4배 이상 늘어나면서 더 이상 해외사업을 영위하기 어렵게 돼 이번에 중국사업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 ◇'중국 철수' 도미노= 중국시장에서 일본 휴대폰의 궤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됐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데이터퀘스트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올 3ㆍ4분기 세계 휴대폰 점유율을 보면 노키아(35.1%), 모토로라(20.6%), 삼성전자(12.2%) 등 3강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 반면, 일본은 NECㆍ미쓰비시전기ㆍ파나소닉ㆍ도시바 등을 모두 합쳐 고작 2%선에 그칠 정도로 기력이 약해져 있다. '중국 철수 도미노'는 지난해 3월 고급 휴대폰전략에 실패한 도시바가 중국 사업을 접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12월에는 파나소닉이 베이징(北京)의 GSM 휴대폰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고, 미쓰비시전기는 올해 2월 중국사업을 모두 접겠다고 선언했다. NEC는 이번 중국사업 포기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중국에 3세대 휴대폰시장이 열리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지만, 2세대에서 생존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일본 업체들의 '화려한 컴백'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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