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알폰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1983~1989년 집권)이 31일 밤(현지시간) 8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알폰신 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민주주의 회복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1976~83년의 군사독재정권 종식과 함께 중산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들어선 페론주의를 1983년 무너뜨리며 첫 민선 대통령이 됐다. 그는 대통령에 오른 뒤 군사정권 시절 3만여명의 민주인사들이 납치ㆍ고문ㆍ살해된 이른바 '더러운 전쟁'에 대해 민간인으로 이뤄진 시민조사단을 구성, 군부 독재자 등 인권유린 인사들을 법정에 세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개혁에 불만을 품은 군부가 1987년 쿠데타를 일으키자 이에 굴복, 일부 독재자들을 사면해 민중의 비난을 샀다. 이어 연 5,000%에 달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 등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극도의 혼란 속에서 임기만료 6개월전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알폰신의 과거사 청산작업은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이 이어받아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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