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YS "DJ와 화해 했다고 봐도 좋다"

'영원한 정치 맞수' 김대중 前대통령 전격 병문안<br>"우리 둘은 특수한 관계… 한국 민주주의에 큰힘 보태"

김영삼(가운데) 전 대통령이 10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문안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10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전격 방문해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병문안했다. 특히 YS는 이날 민주화운동의 동지이자 오랜 정치적 라이벌로서 악연을 맺어온 DJ와의 화해의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각각 영남과 호남의 대표 정치인으로 현대 정치사를 이끌어온 YS와 DJ의 화해가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화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YS의 상도동계와 DJ의 동교동계로, 더 나아가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으로 갈려 오랫 동안 대립과 반목을 거듭해온 양대 민주화 세력의 통합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YS는 이날 오전10시5분께 김기수 비서실장과 함께 병원에 도착,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이철 세브란스병원장의 안내로 병실에서 DJ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 등 가족과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넸다. YS는 이 자리에서 "나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젊을 때부터 동지 관계였다. 협력도 오랜 기간 했고 경쟁도 오랜 기간 했다. 둘이 합쳐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고 DJ 측 최경환 비서관이 전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우리나라는 아마 미얀마처럼 됐을 것"이라면서 "그때는 (우리가) 목숨 걸고 싸웠다. 우리 둘은 특수한 관계였다"고 강조했다. YS와 DJ는 현역 시절 보기 드문 '영원한 정치 맞수'로 불렸다. 두 사람이 직접 맞붙은 것은 지난 1968년 신한민주당 원내총무 경선에서 1992년 대통령선거까지 네 번이다. 전적은 2승 2패. 1968년 신민당 원내총무 경선과 1992년 대선에서는 YS가, 1971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과 1988년 총선 때는 DJ가 이겼다. 그러나 박정희ㆍ전두환 전 대통령의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투쟁동지로서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이날 병실에서 15분간 머문 YS는 DJ를 대면하지 못한 채 병원을 떠나면서 '두 분이 화해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 그럴 때가 됐지 않았느냐. 그렇게 봐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6대 국회 때부터 동지적 관계이자 경쟁 관계로 애증이 교차한다"면서 "이희호 여사에게 '모든 세상에 기적이라는 게 있으니 최선을 다해 치료를 받으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병상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극적인 만남은 DJ가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후 처음이다. 그 사이 전직 대통령 초청행사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등에서 조우한 적은 있었다. 2005년 11월 DJ가 폐렴으로 입원했을 때 YS가 병문안 전화를 하고 지난해 10월 YS의 부친인 김홍조 옹이 별세했을 때 DJ는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시했지만 의례적인 인사 수준에 그쳤다. DJ가 폐렴이 악화돼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던 7월17일 YS가 비서진을 보내 "조속히 건강을 되찾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한 게 전부였다. 앞서 두 사람은 5월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만났지만 대통령후보 단일화 협상이 실패로 끝난 1987년 때처럼 서로를 외면한 채 다른 곳을 응시했다. 1987년 야권 분열 후 이번에 DJ가 병상에 눕기 전까지 22년간 두 사람은 반목을 거듭했다. DJ는 문민정부 시절 집권을 위해 YS를 가차없이 공격했고 YS는 퇴임 후 DJ의 노벨상 수상까지 깎아내리면서 반격을 가했다. 특히 YS의 차남 김현철씨의 사면문제는 둘 관계의 회복을 불가능하게 만든 계기였다. 1997년 DJ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YS는 수사유보를 결정해 민주화 동지 대선 승리의 길을 터줬으나 DJ는 2000년 8월에 가서야 현철씨를 사면한 것. YS는 이런 DJ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DJ가 이명박 정부를 독재로 규정하자 YS는 "그 입을 닫아라"라고 독설을 퍼부을 정도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