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라.’ 국내 건설업체들이 오는 9월 쿠웨이트 국영기업인 KNPC(Kuwait National Petroleum Co)가 입찰에 부치는 11조원가량의 초대형 원유정제시설 공사를 따내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배럴당 70달러 이상의 고유가에 힘입어 중동 지역 플랜트 공사물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100억달러가 넘는 것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당초 이 입찰은 지난해 말 실시돼 국내 업체들이 4개 패키지 공사 모두에서 로이스트(최저가를 써낸 업체)가 됐으나 쿠웨이트 측이 책정된 예산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입찰을 전격 연기해 이번에 다시 실시하게 됐다. KNPC는 당시 60억달러의 관련 예산을 책정했으나 패키지 1부터 4(1~3은 원유정제 설비, 4는 저장탱크 시설과 해상공사)까지 각각 로이스트가 된 GS, SK, 현대-대림 컨소시엄, 현대중공업-페트로팍 컨소시엄의 입찰 총액은 무려 150억달러에 달했다. KNPC는 이에 따라 이번 프로젝트를 실무적으로 관장하는 회사(PMC)인 미국 플로어의 권유를 받아들여 관련 예산을 120억달러로 늘리는 대신 입찰방식을 변경, 유럽과 일본ㆍ미국 업체를 대거 끌어들이기로 했다. 한국 업체들에 싹쓸이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초에는 처음 낙찰된 가격에 EPC(설계 등 엔지니어링, 자재구매, 공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럼프섬(lump sum) 방식이었으나 이번에는 프로젝트 비용을 모두 인정한 채 업체가 처음 제시한 마진율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는 코스트 플러스 피(cost plus fee) 방식을 처음 도입하기로 했다. 그만큼 입찰에 참여하는 유럽과 일본ㆍ미국 업체들의 리스크를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실시된 사전 입찰자격심사(PQㆍPre Qualification)에는 한국 업체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ㆍ미국 업체가 적지않게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입찰에 참여하는 국내 업체들은 당초 써낸 금액보다 낮추기도 쉽지 않고 입찰방식도 바뀌어 고심하고 있다. 더욱이 쿠웨이트 측이 작심하고 선진 업체들을 입찰에 초청해 정보를 파악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SK건설 쿠웨이트 책임자인 박경진 전무는 “국내 업체들이 중동 플랜트 시장의 EPC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재입찰에는 선진국 업체들이 꽤 참여할 예정이어서 쉽지 않은 수주전이 될 것으로 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나 대림ㆍGS 등의 관계자들도 “쿠웨이트가 자국 내에서 처음으로 코스트 플러스 피 방식을 도입했다는 것은 한국 업체들의 지난번 입찰가격에 불만을 갖고 해외업체를 다양하게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커미티(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야쿱 다시디 KOC(Kuwait Oil Co) 팀리더는 “한국 업체들에 대한 기득권은 보장되지 않으며 모든 것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된다”며 “입찰방식이 바뀌어 발주처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지만 신뢰가 뒷받침된다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고 무엇보다 재입찰에 (유럽과 일본 등의) 더 많은 업체를 끌어 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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