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듯이 키움증권도 24시간 트레이딩이 가능한 장을 만들겠습니다.” 김봉수(55ㆍ사진) 키움증권 사장은 “지난 5월18일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해외증시 직접 투자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키움증권은 홍콩 타이푹증권과 제휴해 현재 홍콩 H시장에 상장된 주식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키움증권의 크로스보더트레이딩(cross border trading)을 이용해 안방에서 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키움증권은 홍콩을 시작으로 올해 최소 3~4개국 시장을 연결할 계획이다. ‘증권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키움증권이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투자의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홍콩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디딤돌이며 올해 안에 중국ㆍ일본ㆍ미국 시장에도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이 개척하고 있는 또 하나의 블루오션은 온라인 펀드다. 키움증권은 5월14일 온라인 펀드몰인 ‘행가래(幸家來)’를 열어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에 나섰다. 행가래 펀드몰은 키움증권의 단독 펀드인 키움행가래펀드를 비롯해 한국펀드평가의 추천을 받은 유형별 펀드 등을 모아 상품을 구성했다. 현재는 22개 자산운용사의 108개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무엇보다 ‘키움답게’ 수수료를 대폭 낮춰 고객이익을 최대화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또 수수료 인하 경쟁을 촉발해 시장을 파괴한다”며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김 사장은 “사람들은 키움의 성공 비결을 낮은 수수료라고 말하지만 이는 단순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키움의 핵심은 고객만족”이라며 “고객을 먼저 생각하니 좋은 결과가 절로 나왔다”고 강조했다. 실제 키움증권은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증권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18일 키움증권 주가는 10만1,300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기존 대장주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가장 비싼 증권주 자리에 올라섰다. 이보다 앞선 15일에는 시가총액 1조802억6,400만원으로 ‘1조원 클럽’에 가입했고 지난 1일에는 하루 거래량 2조14억여원을 기록하며 국내 증권사 사상 처음으로 거래대금 2조원을 돌파했다. 키움의 고성장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그는 “이 모든 일은 고객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던 키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최근 고공질주를 거듭하고 있는 국내 증시에 대해 “무엇보다 개인들의 주식 시장 참여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이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 역시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주식은 훌륭한 자산 증식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이런 ‘주식 투자관’을 바탕으로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는 투자자에게 해가 될 게 없다”며 “고객 편의를 위해 업무 영역을 넓히자는 것인데 이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통법은 증권사에 큰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긴장의 고삐도 늦추지 않았다. 증권 업종 내 최대 이슈로 부상한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금융 시장이 정부가 허용한 영역에서만 영업을 영위할 수 있는 제한적 시장이었다면 자통법 통과 이후 금융 시장은 불가능한 것을 빼고는 모든 것이 가능한 열린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되면 대형 투자은행은 반드시 필요한데 증권사 간 M&A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그러나 “키움이 (M&A의) 대상이 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 운영 중인 크로스보더트레이딩과 온라인 펀드몰은 자통법 시대를 대비한 키움만의 차별화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자통법 시대에 확대될 고객 수요를 한 발 앞서서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고객위해 신발 닳도록 뛴다" 얼마 전 키움증권은 주주총회에서 그동안 사용해온 '키움닷컴증권'이라는 사명을 '키움증권'으로 변경하는 정관을 통과시켰다. 명찰을 바꿔 단 이번 일을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키움이 온라인 영역에서 갈고닦은 내공을 바탕으로 기존 종합증권사들과 한판 대결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사명이 너무 길어서 바꾼 것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의 대답치고는 가벼워 보이는 그의 대답에 김 사장만의 스타일이 녹아 있다. 키움증권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에 대해 때로는 이웃집 아저씨, 가끔은 푸근한 아버지, 어떨 때는 무서운 고참 같은 리더 같다고 말한다. 돈도 많이 벌었는데 사옥을 하나 마련하는 게 어떠냐는 질문에 "세 들어 살면 좀 어떠냐"고 대답하는 그답게 초면에도 상대방을 편하게 할 줄 아는 여유가 있다. 김 사장은 그러나 일에 대해서만큼은 단호하다. 경영철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대뜸 "신발이 닳도록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최고로 꼽는 직원상은 '열심히 발로 뛰는 사람'이다. 발로 뛰어야만 고객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하나라도 더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그는 직원들에게 무엇보다도 체력 관리에 힘을 쓰라고 당부한다. 김 사장은 "시작이 없으면 성공도 없다"는 말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이것이 키움증권이 창업 5년 만에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키움증권은 행동파"라고 정의하며 "나는 행동파를 이끄는 행동대장에 불과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약력
▦53년 충북 괴산 출생
▦74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76년 쌍용투자증권 입사
▦93년 쌍용투자증권 기획실장
▦97년 SK증권 경영지원본부 상무
▦99년 키움닷컴증권 전무이사
▦2001년 키움닷컴증권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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