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칠 대상 대표의 경영화두는 글로벌화와 차별화다. 세계로 뻗어나가야 식품산업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내수기업이라는 인식을 뛰어넘을 수 있고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담아야 고객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평소 소신 때문이다. 박 대표의 이 같은 비전은 자신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두려움 속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매출이 3년 만인 지난해 1조원을 다시 돌파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무기력증에 걸려 있던 대상에 활력과 변화의 기운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 "바이오ㆍ전분당 사업의 경우 현지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식품 사업에서는 그저 그런 '미투(Me, too) 제품'으로 가격 후려치기나 끼워팔기식 출혈경쟁을 하는 대신 질(質)에 집중해 승부를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외에서 희망을 찾다…소재 사업 강화 대상의 사업부는 크게 식품ㆍ바이오ㆍ전분당 등 3개로 나뉜다. 식품사업 부문은 종합식품 브랜드 청정원과 자회사인 대상FNF의 종가집으로 소비자에게 친숙하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바이오사업부에서는 L글루탐산나트륨(MSG)ㆍ핵산ㆍ아스파탐 등의 식품 및 의약품 소재를, 전분당사업부에서는 미국이나 남미에서 들여온 옥수수를 원료로 전분 및 전분당을 만든다. 박 대표는 "정보기술(IT) 산업처럼 경기변동에 따라 비즈니스에 부침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3개 사업부가 있다 보니 사업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를 놓고 보면 식품 매출이 8,000억원 정도로 바이오와 전분당사업부 매출의 2배 정도가 된다. 그는 특히 바이오ㆍ전분당 등 소재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는 "식품과 나머지 2개 사업부의 매출 비중이 2대1"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소재사업을 더 키워나가야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로 나가기에도 소재 쪽이 더 쉽다는 게 박 대표의 지론이다. 각국 문화에 따라 차별화된 마케팅을 해야 하는 식품에 비해 소재사업은 제조기술력만 갖추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2~3년 전만 해도 전분당 쪽에서 해외출장을 간다고 하면 '왜 쓸데없이 해외로 가느냐'고 되묻는 분위기였다"며 "그렇게 등 떠밀다시피 해서 해외시장을 노크했지만 올해는 해외 부문에서 이익이 날 정도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특히 M&A는 글로벌화로 가는 직행 티켓이다. 그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옥수수전분 공장을 인수하려다 막판에 틀어졌지요. 해외에 나가 보니 전분당을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더라고요. 조만간 동남아 전분당 업체를 인수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 내년에는 바이오 분야에서도 해외기업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박 대표가 공들인 M&A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식자재 유통사업도 본격화 내수시장에서는 그간 다소 소홀했던 케이터링 대상 사업을 강화한다는 복안을 가졌다. 케이터링 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식자재 제조와 판매ㆍ유통을 아우른다. 여기에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리테일 사업만으로는 내수시장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박 대표는 "올해 소리 소문 없이 광주ㆍ대전ㆍ대구 등 전국에 산재한 10여개 식자재상을 대거 인수했다"며 "100% 출자회사인 식자재 유통업체 '다물FS'를 통해 케이터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케이터링 사업에서 연매출 2,000억원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이 분야의 시장규모가 20조원임을 감안하면 아직 성장의 여지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박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이른 시일 내에 케이터링 사업을 연매출 1조원 규모로 올려놓는 게 목표"라며 "이미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는 등 인프라를 정비했다"고 자신했다. 기존 소매사업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치열한 시장경쟁을 돌파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박 대표는 "대상의 1등 브랜드로는 순창 고추장, 마시는 홍초 등이 있는데 최근 카레여왕, 스파게티 소스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런 제품들은 모두 소비자에게 어필할 만한 장점을 갖췄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그런 맥락에서 연구소에 '밸류크리에이션센터(Value Creation Centerㆍ가치창조센터)'를 만들어 제품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VCC에서 연구원들은 시장조사 등을 통해 식품 분야의 중장기 개발계획을 세운다. 예컨대 '집에서 담글 수 없는 고추장과 된장' 혹은 '소금기가 적은 김치와 장류' 같은 아이템을 제안한다. 이런 제품들은 한결같이 기초연구가 없다면 만들 수 없는 것들로 제품화에 성공할 수만 있다면 이른바 '대박'이 확실한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학과 연구를 연계하고 있으며 기업 내 연구원 수도 크게 늘렸다. 박 대표는 "연구원 수가 이전의 90명에서 180명으로 2배가 됐다"며 "카레여왕 같은 제품도 VCC에서 연구원들이 3개월간 연구에 몰입한 끝에 나온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경영혁신의 요체는 '계획à실행à문제점 분석' 대상은 박 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는 매출추이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006년 1조189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2007년 9,621억원 ▦2008년 9,202억원으로 줄곧 내리막을 걷다 지난해 1조90억원으로 반전에 성공했고 올해는 1조3,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 비결을 물었다. "대부분의 기업은 계획을 짜고 실행한 뒤 원인분석에는 소홀합니다. 그런데 항상 계획과 결과 사이에는 차이가 나거든요. 전 항상 그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라고 강조합니다.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그는 "계획하고 실행한 뒤 그 차이를 분석하고 다시 이런 패턴을 반복하는 게 경영의 요체"라며 "계획하고 실행만 하고서 그 차이에 대해 둔감하면 발전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경영혁신 전문가로 통한다.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삼성전자에서 경영혁신을 맡아 일해왔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경영혁신 전문가로 능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전혀 다른 업종인 식품 분야에 둥지를 틀 수 있었다. 박 대표는 "경쟁력의 핵심이 업종마다 고유한 것은 아니다"라며 "식품 분야에 문외한이었지만 결국 경영의 핵심은 다 통하기 마련"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약력 ▦1955년 서울 ▦1978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0~1983년 외환은행 근무 ▦1987년 미 오리건대 대학원 경영학박사 ▦1987년 7월~1993년 6월 미 일리노이주립대 조교수 ▦1993~2000년 1월 삼성전자 이사 ▦2000년 2월~2003년 3월 i2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2003년 4월~2003년 12월 삼성SDI 경영혁신본부장 ▦2004년 1월~2006년 1월 삼성전자 경영혁신단 전무 ▦2009년 3월~ 대상 대표이사 사장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보육시설등 최대 배려 추진 정신이나 문화를 바꾸려면 때때로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는 하드웨어적인 것부터 먼저 손봐야 한다. 알게 모르게 그런 것들이 우리 의식을 규정하고 옥죄는 탓이다. 그래서 박성칠 대표도 지난해 대표이사 취임과 동시에 몇 가지를 손봤다. 먼저 과장ㆍ대리 등의 호칭을 없앴고 유니폼도 없앴다. 군대식 문화의 잔재라고 봤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것을 만들자면서 이래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했단다. 박 대표는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것들의 영향"이라며 "호칭과 유니폼에 대한 규정을 없애 사내 분위기를 바꾸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퇴근시간도 오후7시 이전으로 못박았다. 눈치 보지 말고 자유롭게 일하라는 뜻이다. 7시 이후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회사일과는 별개로 자기계발도 하라는 메시지다. 그는 "호떡집에 불 난 것처럼 해서는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만들 수 없다"며 "충분히 자기 시간을 갖고 여유를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드는 게 박 대표의 목표다. 그는 "식품은 주로 여성 고객이 사는 품목인데 회사에서는 결혼한 여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조만간 보육시설을 만들어 결혼해도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건강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식품기업이 건강한 식품을 만들려면 직원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혼'이 들어간 식품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직원 모두에게 담배를 끊도록 '명령'했다. 사실 박 대표 자신도 젊은 시절에는 하루 두 갑씩 피우는 골초였지만 15년 전에 완전히 끊었다. 박 대표는 새벽마다 1시간 정도 단전호흡을 통해 건강을 챙긴다. 잡념을 버리면 창의력이 배가된단다. 등산도 즐기는 그는 마시는 홍초에 술을 타 먹는 버릇이 생겨 주량이 소주 한 병으로 이전보다 두 배 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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