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10월1일, 디트로이트. 헨리 포드의 피켓 공장에서 신형 자동차 1호가 나왔다. 1927년 5월 생산을 중단하기까지 1,500만7,033대가 만들어진 T형(Model T) 자동차의 첫 출고 순간이다. 첫 달 제작물량은 11대. 다음달부터 주문이 쏟아져 1909년 한해 동안 1만4,000여대를 팔았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기록을 세운 비결은 850달러라는 가격. 2,000달러를 넘던 다른 차의 절반 이하인데도 튼튼하다는 장점이 알려지며 판매량이 연 10만대선으로 가파른 상승 커브를 탔다. 공장을 아무리 증설해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기본대책으로 제시된 것이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1913년 겨울 컨베이어벨트를 통한 분업과 과학적 관리가 조업에 적용된 이듬해인 1914년 생산량이 27만여대로 뛰었다. 미국이 자동차 왕국으로 자리잡은 것도 이때부터다. T형 차가 나오기 전까지 세계 자동차 시장의 70%를 차지하던 프랑스를 완전히 제쳤다. T형 차의 질주는 멈출 줄 몰랐다. 차 값이 260달러로 떨어져 갈수록 수요가 늘었다. 창업자인 포드가 종업원 월급을 두 배로 올려준 덕에 선망의 직장으로 떠오른 포드사에는 이민자는 물론 농촌 출신 구직자들로 장사진을 쳤다. T형 차의 전성기였던 1915년부터 1925년까지는 조금이라도 빨리 차를 만들기 위해 도색도 검은 색으로 단일화할 정도였다. T형 차는 ‘풍요와 거품의 1920년대 후반’이라는 환경 속에서 보다 새롭고 다양한 차를 원하는 수요에 따라 단종되고 포드의 신화도 끝났지만 영광스러운 별명은 영원히 남았다. ‘T형 차-현대를 탄생시킨 자동차.’ 성능과 가격으로 시장을 사로잡았던 T형 차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일본과 중국의 저가형 승용차와 초연비 차량들이 한국 시장을 넘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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