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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융감독 당국의 신뢰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그동안 경제 문제에 관해 묵직한 화두를 던져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연초에는 인수합병(M&A)시장에 나온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이 외국 자본 일변도로 매각될 경우 국부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금산분리원칙을 다시 고려해볼 때가 왔다는 의견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또 KT&G 사태 때 외국 자본의 무차별적인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조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최근에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M&A를 규제하는 미국의 액슨-플로리어법이 있다”면서 “우리도 기간산업 범주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같이 금융감독 당국의 수장으로서 선뜻 내세우기 어려운 사안이다. 안타까운 점은 그가 제시한 내용 대부분이 재정경제부 등 정부의 입법 사항이라는 사실이다. 보는 이에 따라 권한을 넘어선 발언이라는 시각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에 참여한 고위층의 견해를 사견, 또는 월권이라는 시각으로만 볼 수 없다 하겠다. 윤 위원장은 과거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5년의 긴 시간을 보내며 글로벌 스탠더드가 갖는 파괴력과 이에 대한 대응력을 갖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다고 개인적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신자유주의와 글로벌 스탠더드의 압력 속에서 우리가 강소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개방경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 글로벌 경제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우리 경제의 자존심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윤 위원장의 말처럼 금융 당국이 국내외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작금의 외환은행 매각 과정 논란은 감독 당국의 불신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최근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의 초점은 지난 2003년에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이 조작됐는지, 그렇다면 누가 지시했는지에 맞춰져 있고, 고위당국자들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이 원인무효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BIS가 조작됐는지, 특정 기관의 압력이 있었는지는 분명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 금융감독 당국의 공식 기구가 결정한 정책마저 뒤엎어 한국 경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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