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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난케 시대 개막과 경제적 파급 효과
입력2005-10-25 10:15:05
수정
2005.10.25 10:15:05
미국 경제의 총사령탑이 앨런 그린스펀에서밴 버난케로 교체되면서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라는 직책이 단순히 미국 경제를 다루는데서끝나지 않고 세계 경제에 직간접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단 경제 전문가들은 2002년부터 FRB 이사를 지낸뒤 지난 6월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긴 버난케 지명자가 그린스펀 의장과 대부분 정책적 견해를 같이해 왔다는 점에서 FRB의 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실제로 버난케는 24일 의장에 지명된 직후 "그린스펀의 경제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FRB가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그린스펀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버난케는 그린스펀 의장과는 달리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물가목표를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터여서 향후 정책적 노선변화에 관심이집중되고 있다.
그는 FRB 이사시절 디플레이션 위협과 통화정책 난제에 직면했을 때 FRB가 인플레 목표치를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창, 그런스펀과 날을 세우기도 했다.
FRB가 인플레 목표치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통화정책의 근간이 서고 투자자들이FRB 정책을 정확하게 예견, 합리적으로 투자할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게 그의 논거였다.
반면 그린스펀 의장은 인플레 목표치를 명확하게 제시하면 FRB의 정책적 유연성이 떨어져 정책을 써도 약발이 먹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 때문에 조지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는 '버난케 카드' 선택이 상당한 위험성을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버난케의 이 같은 노선이 물가 안정에 지나치게 무게를 실음으로써 경제성장을희생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버난케는 '대공황의 교훈'에 관한 글을 쓸 정도로 통화정책에 일가견을 갖고 있고 FRB가 통화정책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확고한 주관을 갖고 있어한쪽으로 치우치는 정책을 쓸 것으로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아울러 경제문제에 복잡한 수학과 통계학적 방법을 적용하는 계량경제학의 대가로서 FRB 내에 그의 수제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미 경제의 안정적 운용에 도움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록 공화당원이긴 하지만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해온 인물이라는점에서 "경제가 정치적 요인으로 발목이 잡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크다.
그의 동료들은 하버드대학에서 경제사를 공부했고 MIT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취득한 버난케가 정쟁에서 초연해온 존경받는 경제학자학자였다는 점을 거론한다.
때문에 지금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해리엇 마이어스 대법관 지명자와는 달리보수파와 진보 진영 모두에서 대체로 환영받는 분위기다.
뉴욕주 민주당 상원의원인 찰스 슈머가 "우리는 지금 사려깊고 비(非)이데올로기적이며 FRB 과제가 인플레 진정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사람이 필요하며버난케가 적임자"라고 호평할 정도다.
상원 인준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지난 6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에 오르기전 이미 인준절차를 거친 터여서 돌발변수가 없는 한 인준에는 큰 문제가 없을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의 지명 소식이 전해진뒤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긍정적 반응을보인 것도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버난케가 2002년 이전까지만 미 경제계에서는 거의 무명이나 다름없는 학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난해하기 이를데 없는 실물경제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의문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없지 않다.
더욱이 79세의 백전노장 경제사령탑 그린스펀 시대에서 51세의 젊고 기백있는경제전문가 시대로 바통이 넘겨지면서 경륜 부족에서 오는 불안감이 부각될 소지도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 자신도 최근 "경제는 자동차를 수리하는 것처럼 어려운 작업"이라고 실토한바 있다.
게다가 지난 1987년, 2000년 두번의 증시붕괴, 1990-1991년과 2001년 두번의 경기침체 등 굴곡을 겪긴 했지만 미 경제의 황금시대를 구가했던 그린스펀 시대와는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난관에 봉착한 경제적 환경도 그에겐 족쇄가 될 수 있다.
버난케는 그러나 이날 의장직 지명을 수락하면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낙관론을 설파했다. 건강하면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동시에 잡겠다는 의욕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특히 "유가의 고공행진에도 불구, 정부가 올해 목표로 내세운 3.4%의 성장률은 꼭 지킬 것"이라며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랐지만 핵심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난케가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주류 경제학자"라면서 "경제학자는 시장의 힘을 통해 어려운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하며, 시장이 최대한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비판적 시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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