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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2006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패자는 없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삼성도, 뜨거운 눈물을 삼켜야 했던 두산도, 시리즈 내내 함께 열광했던 팬들도 모두가 영웅이고 승자였다. 양팀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그라운드에서 남은 땀과 정열을 쏟아 부으며 후회 없는 명승부를 벌였다. 지난 일주일간 대한민국을 ‘야구 열풍’에 빠지게 했던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가 드디어 5차전에서 막을 내렸다. 경기 전 하늘을 가리키며 “최종 결과는 저 위에 계신 분만 알 것”이라던 김경문 두산 감독의 말대로 마지막 승자는 연장 11회에 가서야 가려졌다. 삼성이 1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초반 5점차 열세를 극복하고 연장 11회 박석민의 끝내기 내야안타(플레이오프 통산 8번째)에 힘입어 드라마 같은 6-5의 대역전승을 올렸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사상 처음으로 1차전부터 5차전까지 모두 1 점차 승부로 장식됐다. 삼성은 지난 2006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 MVP(상금 300만원)는 1, 4차전에서 결정적인 활약으로 경기 MVP에 뽑힌 삼성 박한이에게 돌아갔다. 박한이는 기자단 투표에서 26표를 얻어 21표를 얻은 유격수 김상수와 15표를 얻은 투수 장원삼을 제쳤다. 삼성은 하루를 쉰 뒤 15일 오후 6시 인천 문학구장에서 페넌트레이스 우승팀 SK와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를 벌인다. 삼성과 SK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 불운에 울다 4차전을 내줬던 두산은 경기 초반 삼성 선발 차우찬을 두들기며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2회초 1사 2ㆍ3루에서 임재철이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2-0으로 기선을 제압한 두산은 오재원과 김동주의 안타를 묶어 3점을 더 도망갔다. 이번 시리즈에서 무너진 삼성의 불펜을 고려하면 사실상 승부는 끝이었다. 더욱이 두산 마운드에는 ‘사자 킬러’ 켈빈 히메네스가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5-0으로 크게 앞선 3회말 선두 타자 진갑용까지 7타자 연속 땅볼로 처리한 히메네스는 이영욱과 김상수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 맞은 후 오른 엄지에 이상을 호소했다. 물집이 잡힌 것은 아니었지만 굳은 살이 벗겨진 것. 다행히 히메네스는 1사 1ㆍ3루 위기에서 조동찬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며 불을 껐다. 그러나 손가락의 굳은 살은 공을 채면서 던지는 싱커가 주무기인 히메네스에게는 ‘삼손의 머리카락’과 같은 힘의 원천이었다. 히메네스는 결국 4회 최형우에게 투런 홈런과 조영훈에게 2루타를 맞은 후 마운드를 내려왔고, 준플레이오프와 이번 시리즈에서 중간 계투로 맹활약한 왈론드가 연속으로 볼넷을 내준 후 김상수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 맞아 한 점 차까지 쫓겼다. 두산은 결국 6회 무사 1루에서 이영욱에게 좌익수 키를 넘기는 동점 2루타를 허용하며 끝내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의 성급한 악수 두산 김경문 감독은 타선을 짜며 ‘안정감’에 주안을 뒀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승리의 보증수표 노릇을 한 왼손 ‘트리플 테이블 세터’(정수빈-오재원-이종욱)를 그대로 기용했고, 이날도 용덕한에 비해 장타력이 좋은 양의지를 선발 포수 겸 6번 타자로 내보냈다. 그러나 김 감독은 5-0으로 앞선 4회말 수비에서 갑자기 붙박이 중견수 이종욱을 빼고 김현수를 좌익수, 좌익수를 보던 정수빈을 중견수로 이동시켰다. 이종욱이 2회 추가 득점 찬스에서 내야 플라이, 3회 무사 1ㆍ2루에서 2루수 앞 병살타를 때린 데 대한 문책성 교체였다. 그러나 이종욱의 공백은 곧바로 드러났다. 5-2로 쫓긴 4회말 조영훈의 중월 2루타는 위치 선정이 좋은 이종욱이 있었으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은 이후 뼈아픈 2점을 더 내줬다. ▲불펜에서 승리한 삼성 선동열 삼성 감독은 선발 차우찬이 무너지자 2회 곧바로 4차전 승리를 매조지한 배영수를 투입했고, 한 점 차까지 따라 붙은 상황에서 5회 필승 계투조 정현욱을 마운드에 올렸다. 배영수와 정현욱은 각각 2이닝과 1과3분의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벤치의 기대에 화답했다. 선 감독은 6회에는 3차전 선발로 나와 2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던 장원삼을 롱릴리프로 투입했다. 정인욱과 이우선 등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수들을 투입하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내든 것. 장원삼은 선발에 버금가는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대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반면 두산은 왈론드와 고창성, 임태훈이 모두 실점을 하며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확실한 기선 제압을 했다./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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