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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균형 발전을 위한 동반자 관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필리핀을 국빈방문했다. 노 대통령의 방문은 필리핀이 국내적인 균형발전과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필요한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한국의 방문자들과 투자자들이 필리핀의 사회와 경제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양국간에 확고한 ‘균형발전 동반자 관계’를 이룩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 대통령과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중요한 사항은 양국간에 교통, 정보기술(IT) 및 전력 분야에서의 실질 협력을 활성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분야의 협력은 재정 적자로 곤란을 겪는 필리핀이 꼭 필요로 하는 ‘성장 인프라’로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작은 투자로 크고 지속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면 이번 방문기간 중 양국 대통령의 참석하에 착수식을 가진 ‘마닐라 남북 철도 연결사업’은 매일 마닐라 중심부로 출퇴근하는 17만명 주민의 교통 편의를 크게 높이고 루손섬의 남북 철도망을 연결함으로써 필리핀의 기간수송망 건설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대통령 임석하에 서명된 ‘가판ㆍ산페르난도ㆍ올롱가포(GSO) 도로 확장 및 준설사업 시행약정’은 수도인 마닐라와 새로이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수비크 개발구역간의 물류체계를 강화할 것이다. 이번에 개원식을 가진 ‘한ㆍ필리핀 IT 직업훈련원’은 필리핀의 경제적 도약에 필요한 IT 분야 고급 기술인력 양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에 착공식을 가진 ‘세부’ 화력발전소는 세부시 및 인근지역의 전력난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필리핀에 대한 기여는 괄목할 만한 것으로서, 특히 한국전력은 필리핀 전력사업에의 참여를 통해 필리핀 전력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면서 필리핀 10대 기업의 지위를 누리고 있을 정도다. 또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채택된 ‘에너지협력약정’과 ‘광물자원협력약정’은 양국간 에너지ㆍ자원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광물 가격이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는 시점에서 풍부한 광물자원을 갖고 있는 필리핀과의 전략적 협력 증대는 매우 긴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는 북경과 동경에 이어 한국에서 세번째로 가까운 수도이다. 이러한 지리적 근접성 외에도 필리핀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올들어 필리핀을 방문하는 한국사람들이 50만명에 이르고 10월 한달 동안 필리핀에 미국보다 많은 한국 관광객이 방문해 제1위의 관광객 송출국이 됐다. 매년 25%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방문객과 함께 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필리핀 내 한국 교민들, 그리고 200개가 넘는 한국 투자 업체들은 필리핀의 경제와 필리핀인들의 생활 양식,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필리핀 내 한국 기업들은 고용 증대에 기여할 뿐 아니라 주로 수출에 종사해 필리핀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한 공장은 필리핀 전체 수출액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필리핀에도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인해 ‘대장금’을 비롯한 한국 드라마들이 필리핀 방송의 시청률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한국과 필리핀은 56년간의 긴밀한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과거에는 필리핀이 우리를 도왔고 지금은 필리핀이 새로운 경제적 도약을 위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와 그 극복 과정에서 경제발전이 개인적, 지역적, 그리고 국제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교훈을 얻은 바 있다. 한국과 필리핀은 양국간의 굳건한 우정을 바탕으로 균형된 발전을 위한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차원에서 심화ㆍ확대시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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