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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 오하이오강 주변은 요즘 텐트촌이 길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 곳에 머물고 있는 존 코츠 씨는 30년간 건설업에 종사했지만 최근 3년째 직업을 구하지 못한 실직자다. 일거리를 찾아 건설업체를 둘러보지만 매번 듣는 소리는 "경기가 나빠 더 이상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를 지나는 기차길 옆에도 집없는 사람들의 텐트촌이 늘어서 있다. 지역 노숙자 자선단체 관계자인 조안 버크 씨는 "텐트촌 주변엔 독성 쓰레기가 가득차 있어 위험하다"며 "그들은 더러움과 함께 산다"고 전했다. 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집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형성한 텐트촌이 마구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친척 및 친지의 집에서 얹혀살거나 모텔 등지에서 주거를 해결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이들이 텐트촌에 모이거나 친척집을 전전하는 주된 이유는 집을 차압당했기 때문이다. 작년말 현재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 9명당 1명 꼴로 연체나 차압상태.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폭락한데다 총체적 경기불황으로 실직까지 겹치면서 상당수 가정이 보금자리를 금융기관에 넘겨야 했다. 지금의 텐트촌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 '후버빌'을 연상시킨다고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26일자에 보도했다. 후버빌은 미 중산층이 주택 압류와 실업으로 집에서 쫓겨나고 하류층으로 전락하여 미 전역에 우후죽순 들어선 난민촌. 아직 텐트촌 거주자 수나 규모가 대공황 시기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내 난민촌'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인해 정치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버락 행정부는 급기야 15억 달러의 예산을 편성해 이들을 위한 긴급 구호소 설립 계획안을 마련했지만 의회를 통과해 정책을 집행하기까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주거지를 잃은 사람들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미 인구통계국은 10년마다 실시하는 인구 전수조사를 이번주에 시작했다. 미국은 주 인구수를 기준으로 연방예산을 각 주에 배분하며 의회 하원 배석수도 그에 따라 결정된다. 거주지 주소가 없이 텐트촌이나 모텔 혹은 친지 집에 얹혀 사는 사람들은 인구조사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금까진 노숙자들이나 불법 이민자들이 인구조사의 걸림돌이었는데 새로운 변수가 추가된 것이다. 이로 인해 이번 인구조사 통계의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지적됐다. 인구통계국은 "조사에 필요한 충분한 물적 인적 자원을 확보해 자신있다"면서도 "이러한 어려움은 우리가 생각했거나 준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이번 인구조사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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