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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9월 24일] 정운찬과 세종시
입력2009-09-23 20:09:20
수정
2009.09.23 20:09:20
예상대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청문회는 세종시 문제에 집중됐다.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세종시 문제를 언급해 신선한 충격을 준 데 이어 청문회를 통해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함으로써 본격적인 공론의 대상으로 부각된 형국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자 지성인의 한 사람인 그가 처음부터 세종시라는 '뜨거운 감자'를 덥석 잡게 된 배경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정치적 계산 또는 눈치를 살피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의 용기를 발휘한 것은 학자적 양심일수도 있고 기성 정치인을 뛰어넘는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매력도성장성도없는행정도시
그러나 그가 세종시 수정안을 축소음모라며 결사반대하는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은 국가적 관점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하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
세종시를 행정중심도시에서 '과학 및 비즈니스 도시'로 수정하자는 정운찬 총리 후보자 주장의 타당성은 전문가적 식견을 떠나 몇가지 상식과 경험적 사실만으로도 쉽게 이해된다. 먼저 정부부처들이 모여 있는 행정도시라는 게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속은 없다는 사실이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입증된다. 호주의 캔버라가 100년 가까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겨우 인구 50만명 정도의 소비도시에 불과하고 브라질리아도 사정은 비슷하다.
거대한 미국의 입법 행정 사법기관이 모두 모여있는 워싱턴 D.C. 역시 규모나 경제적 활력 면에서 뉴욕이나 시카고 등 대도시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작은 도시에 불과하다.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이후 사정이 달라졌지만 업무시간이 끝난 후 시내에 거주하는 백인은 백악관에 사는 대통령밖에 없다는 비아냥을 받기도 한다.
월급이 많지 않는 공무원들이 중심이 되는 행정도시는 자족기능이 없는 소비도시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유령도시화 우려가 나오는 데는 그만한 근거가 있는 셈이다.
경제부처들이 모여 있는 과천청사 주변을 봐도 그렇다. 볼품없는 청사건물과 권위주의 냄새가 물씬나는 분위기는 쉽게 알 수 없는 중압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민감한 정책이 나올 때마다 각종 이해단체들의 소란스러운 시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정부청사 주변이 치러야 하는 엄청난 고통이다.
그러나 진짜 심각한 문제는 정부부처들이 여기저기 흩어지는 데서 오는 국가적인 비효율과 낭비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국가 기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일이지만 심각한 교통난을 비롯한 사회적 비용은 국가경쟁력을 위협할 정도로 클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보면 9개 부처 1만여명의 공무원의 근무지를 만드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세종시 원안은 해당지역이나 국가적으로 서로 손해를 보는 마이너스섬 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너스 섬 게임 말아야
지역 발전의 동력도 안되고 수도권 과밀해소에 기여하지 못하면서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지 말고 보다 생산적인 대안을 찾아보자는 제의가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제의한 연구개발과 비즈벨트가 최선위 대안인지는 더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기차고 소득이 높은 도시는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인 울산, 조선산업의 메카 거제 등이라는 사실은 세종시의 새 그림을 그리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성급한지 몰라도 지역과 국가가 상생할 수 있는 세종시만 만들어도 정 총리 후보자는 성공한 총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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