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곡을 가지고 5년 만에 정통 클래식 앨범을 내놓게 됐어요. 이번 음반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는 소녀 시절에 간직했던 제 자신의 아름다운 추억을 팬 여러분에게 살며시 꺼내 보이는 그런 앨범입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10대 소녀 시절 브람스의 자장가를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의 LP판으로 처음 접하게 됐다"며 "당시 너무 깊은 감명을 받았지만 독일 가곡의 절제와 깊이를 제대로 표현하기에 너무 어려서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음반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이 그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함께 참여한 아티스트가 대부분 신세대 한국인이라는 데 있다. 바이올린에 김수연ㆍ강주미, 더블베이스에 성민제, 피아노에 크리스토퍼 박, 기타에 이정민 등이 함께했다. 조수미는 "24년간 음악활동을 해왔지만 한국인 뮤지션과 본격적으로 작업하기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라며 "나같이 어느 정도 커리어가 올라간 선배들이 음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 자신을 돌아보면 이제는 사회적인 것, 그리고 음악적인 것들을 베푸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며 "중견 음악가들이 이런 측면에 좀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리사이틀 '이히 리베 디히'와 앨범 홍보차 이틀 전 뉴욕에서 귀국한 그는 바쁜 스케줄과 시차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조수미는 "사실 한국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해외보다 더 긴장되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고국이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그의 독일 가곡 리사이틀은 28일 서울을 시작으로 4월7~9일 대전ㆍ고양 등에서 진행된다. 언제 다시 오페라 무대에 설 계획인지 묻자 그는 "오페라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콘서트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다른 성악가와 무대에 서고 리허설을 하는 동안 서로 합의해나가는 과정이 내 성격하고 맞지 않는다. 하지만 오페라는 하고 싶을 때 좋아하는 사람하고 언젠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에 데뷔 25주년을 맞는 조수미는 "올해보다 더 많은 일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중국ㆍ일본ㆍ싱가포르ㆍ미국ㆍ캐나다 등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콘서트 무대가 마련돼 바쁜 시간을 보낼 것 같다"며 "하지만 내년에는 훨씬 더 재미있는 무대를 많이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다"고 귀띔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