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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투자부진 기업 탓 아니다

서너달 전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투자부진 현상을 두고 기업들에 화살을 날린 적이 있다. 규제와 정책 불투명성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고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며 기업 스스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는 등 의지부족 때문이 아닌지 돌아보라고 일침을 놓은 것이다. 한 부총리로서는 기업이 야속하고 못마땅했을 것이다. 투자활성화가 절실한데도 기업들은 투자할 생각은 하지 않고 경제단체회의 등 기회만 있으면 규제 탓을 하며 꽁무니를 빼니 말이다. 외국인들까지 지적한 규제폐해 한 부총리의 지적은 한편으로 일리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투자를 하긴 해야겠는데 마땅히 투자할 데를 찾기 어렵다고 속내를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기업들의 규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핑계로 무질러버리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외국기업들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했던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한국의 투자환경에 대해 쏟아낸 말을 한번 보자. 그들은 한국이 정보기술(IT), 생명공학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투자에 매력을 느낀다면서도 투자환경에 대한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시장에서 결정될 사안이 한국에서는 시민단체ㆍ국회ㆍ정부 등의 개입이 심해 투자결정이 어렵다’ ‘규제개혁과 시장 접근성 향상 등 시장원리에 따른 국제적 환경조성이 시급하다’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개입을 줄이고 감독기능을 강화해라’ ‘일관성 있고 투명한 노사정책이 필요하다’ 등등…. 정부의 과다한 규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시장개입, (노사 관계 및 정책의) 불투명성 등 때문에 선뜻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국기업들까지 규제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은 국내기업들의 규제난 호소가 결코 습관적으로 읊조리는 타령이나 핑계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물론 외국인들의 지적에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담겨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들을 일이 아니다. 외국기업들은 출자총액제한,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설립시 수도권규제 적용배제 등 국내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대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이 규제로 인한 불편을 지적했다면 국내기업의 어려움은 오죽할까. 그걸 핑계라고 일축할 수는 없는 일이다. 투자 없는 성장은 신기루일 뿐 우리 경제의 핵심과제는 민간기업의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이다. 지금 경제난의 가장 직접적 원인은 내수부진이지만 그 근원을 따져들어가면 투자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투자가 안 되니 제대로 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고용사정 악화는 소득감소를 불러와 소비여력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소비심리와 내수가 고개를 들면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투자부진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투자확대 없이는 경기회복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물론 투자의 고용효과가 예전 같지는 않다. IT 발달, 자동화 등에 따른 성력화(省力化)와 산업구조 고도화 진전 탓이다. 그래도 고용에 투자확대만큼 효율적인 수단은 없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별무성과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투자부진은 중장기적으로도 경제에 큰 후유증을 초래한다. 성장잠재력이 약화돼 지속적 성장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민간 부문의 투자확대가 절실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투자부진의 해결책은 역설적으로 한 부총리의 기업질책에서 찾을 수 있다. 투자처를 쉽게 찾지 못하고 있는데 투자환경까지 험난하다면 투자 실행은커녕 엄두조차 내지 못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 아닌가. 무슨 규제를 어떻게 완화하고 개선해야 하는지는 그동안 수없이 나온 것인 만큼 새삼 긴 말이 필요 없다. 재경부는 최근 규제완화개혁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똑같은 위원회가 총리실에 있는데도 또 기구를 만들었다는 것은 정부의 규제완화 노력이 말과는 달리 겉돌고 있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재경부의 위원회가 또 하나의 기구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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