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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에서 '미국'과 '블록버스터'로 대표되는'머니(money)'의 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작에만 관심이 쏠리고 작은 영화는 외면당하는 '부익부 빈익빈'현상은 '돈줄'이 마른 세계 영화계에서 두드러지는 추세다. ◇칸 영화제, '미국을 잡아라'= 이번 영화제 필름마켓 참가자 수는 5% 늘었지만 참가자들의 체감온도는 춥다는 것이 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년에 비해 미국 업체들의 참여가 낮아'살 만한' 작품도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 칸 영화제는 미국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칸 영화제가 '다빈치 코드','업'에 이어 세 번째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로빈 후드'를 개막작으로 선정하고'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을 비경쟁 부문에 초청한 것도 그런 이유다. 블록버스터 초청은 세계의 주목을 끌고 필름 마켓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 14일 공식 상영된 올리버 스톤 연출,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월 스트리트…' 기자회견장은 한시간 전부터 몰려든 수백 명의 기자들로 아수라장이 돼 사무국 직원들이 기자들에게 "나가달라"고 소리칠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월스트리트…'외에 '인사이드 잡', '클리블랜드 대 월스트리트' 등 이번에 초청된 미국 영화들의 주제도 경제위기를 다룬 '머니'였다. ◇필름 마켓 불황 속 한국은 선전=올해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 이어 그리스에서 촉발된 최근의 유로존 위기까지 이어지면서 경기침체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의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들은 수입사들의 경쟁적인 구애를 받는데 비해 작은 영화들은 눈길조차 받기 어려워진 것. 예술성 있는 영화들이 우대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영화제에서도 예외는 없다. 안정원 쇼박스 해외사업팀장은 "써미트(Summit) 등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의 부스는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붐비지만 작은 영화사들은 어느 때보다 바이어들의 발길이 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입업체 관계자도 "마켓을 둘러본 지 3일이 됐지만 한 편도 건지지 못했다"며 "작품이 없다 보니 조금 괜찮은 영화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불평했다. 이런 상황에서 칸 영화제 공식 부문에 세 편이나 진출한 한국 영화의 선전은 고무적이다. 참가자수도 줄고 거래도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포화속으로', '악마를 보았다', '시'등의 작품이 속속 해외 판매 성과를 알리고 있다. 16일 열린 '한국 영화의 밤' 행사에는 55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는데 참가자의 3분의 2 는 외국인이었다.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상업적 마인드가 바탕이 돼야 하며 칸의 행보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세계인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한 한국 영화계가 앞으로도 꾸준히'머니'의 흐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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