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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서거] 외환위기 최단기간내 극복

■ DJ노믹스 성과는<br>금융·기업·공공·노동 개혁<br>성장률·무역수지·물가 등 5년만에 'V자형' 회복 일궈<br>과감한 기업구조개선 불구 지나친 정부개입 부작용도


지난 1997년 12월2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대통령에 당선된 지 사흘 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비밀리에 방한한 데이비드 립턴 미 재무차관을 만났다. 김 전 대통령은 새 정부의 개혁의지를 못미더워하던 미국에 ‘정리해고’를 포함해 국제통화기금(IMF) 협약보다 더 강도 높은 개혁을 약속했다. 고희(古稀)를 넘긴 김 전 대통령에게 립턴 차관과의 약속은 정치적 기반을 흔드는 문제였다. 불과 5일 전 당선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내용을 뒤집으며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정도로 외환위기는 암담한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50년 정치기반인 노동계가 결사 반대한 정리해고까지 받아들인 김 전 대통령은 IMF 권고에 따라 금융ㆍ기업ㆍ공공ㆍ노동 등 4대 부문의 개혁을 밀어붙였다. 경제신탁통치라는 말까지 들었던 외환위기 극복의 키를 쥔 DJ노믹스는 5년 동안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외환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이 됐다. 정권 초기 고갈 상태였던 외환보유액은 1,000억달러를 넘어서고 성장률은 마이너스에서 두자릿수로 올라섰으며 국제수지도 흑자로 전환됐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김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세계에서 단임 5년에 지금처럼 변화를 이룬 대통령은 없었다”며 “비록 햇볕정책은 오점이지만 한국경제를 V자로 회복시킨 명대통령”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DJ노믹스의 핵심은 DJ=외환위기를 최단기에 극복한 DJ노믹스의 중심에는 김 전 대통령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금고가 비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과거 정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재벌개혁이 미적거리자 5대 재벌 총수를 직접 만나 압박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자 시절 ‘IMF 재협상론’을 들고 나왔던 DJ가 맞냐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김 전 대통령의 위기극복 의지는 인사에도 나타났다.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도왔던 이헌재 당시 비상경제대책위 기획단장을 금융감독위원장에 앉혔고 과거 인사인 이규성 전 재무부 장관을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기용했다. 계파나 자기 인맥보다는 경제극복을 위한 능력을 우선시했다는 평가다. 대통령이 위기극복에 직접 나서자 국민들도 적극적인 호응을 보냈다. 장롱 속에 모셔둔 돌반지ㆍ금반지까지 들고 나온 금모으기운동은 물론 노동계가 재계ㆍ정부와 함께 노사정위원회 활동을 시작했고 금기 사안이었던 정리해고 법제화를 수용했다. 성급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1년 반 만인 1999년 8월15일 정부의 공식선언에 앞서 외환위기 극복을 선언했다. ◇DJ노믹스 경제지표는 합격점=외환위기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발한 DJ노믹스는 거시경제 지표만으로 본다면 일단 합격점이다. 성장률ㆍ물가ㆍ국제수지는 5년간 우수한 성적을 냈다. 성장률은 외환위기에 들어선 첫해인 1998년 -6.7%에서 이듬해인 1999년 10.9%로 두 자리 성장을 기록했으며 2000년에도 9.3%의 높은 성장을 이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V’자형 경제회복을 보여준 셈이다. 2001년과 2002년 세계경기 침체 속에서도 각각 3%와 6%의 성장을 유지했다. 외신들은 2000년 들어 “한국은 세계경제 침체를 가장 잘 극복해가는 국가”라는 찬사를 보냈다. 서민경제지표도 안정세를 보였다. 1998년 7.5%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99~2000년 2~3% 수준에서 안정됐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실업률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1998년 6.8%까지 급상승했으나 소비자물가는 2000년 4.1%, 2001년 3.7%, 2002년 3% 등을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종합주가지수는 1998년 연평균 406포인트로 추락했으나 1999년 하반기부터 외국인 투자가 본격화하고 구조조정이 성과를 거두면서 그해 말 1,000포인트를 돌파하기도 했다. ◇절반의 실패 ‘빅딜’=외환위기를 극복하며 DJ노믹스는 ‘대마불사(大馬不死)’로 여겨지던 대기업에 가혹한 혁신을 요구했다. 세계경영의 신화를 몰고 다니던 대우가 몰락했고 현대그룹은 ‘형제의 난’을 겪으며 분가의 길을 걸었다. 또 쌍용ㆍ해태ㆍ진로 등 내로라하는 재벌그룹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과거 30대그룹 중 16개가 퇴출됐다. 황제경영으로 불리던 대기업들의 경영방식도 수술대에 올랐다. 무리한 차입경영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기업들의 경영방침도 성장 위주에서 수익 위주로 바뀌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대기업은 경쟁력 있는 부문을 집중 육성해 반도체ㆍ휴대폰ㆍ철강ㆍ조선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공시와 외부감사제도 등 기업 투명성 제도가 강화돼 과거 폐쇄적이던 기업 경영방식도 상당히 달라졌다. 하지만 DJ노믹스의 야심작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절반의 성공’이 아닌 ‘절반의 실패’로 평가된다.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는 얘기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외환위기 이전에는 사실상 기업 퇴출시장이 없었으나 지난 4년 동안 기업분할ㆍ인수합병(M&A)ㆍ고용조정 등 다양한 제도 도입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을 시도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대우차ㆍ서울은행 등 대규모 부실기업의 처리가 늦어지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시장을 통한 정리 관행이 정착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빅딜을 비롯한 사업 구조조정이 ‘재벌개혁’이라는 정치논리로 이뤄졌다는 점은 이후 참여정부의 시장개입 논리의 근간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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