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7월16일 오후5시40분, 마카오 상공. 캐세이패시픽항공 소속 카탈리나 수륙양용기의 조종석에 권총으로 무장한 4명의 괴한이 들이닥쳤다. 최초의 민간여객기 납치사건이 이렇게 일어났다. 조종간을 넘기라는 범인들에게 맞서 기장과 부기장은 격투를 벌였다. 둘이 사살되고 비행경험이 있는 범인이 조종간을 잡았으나 기체 통제불능. ‘미스 마카오’라는 애칭을 지닌 홍콩~마카오 부정기선인 카탈리나 여객기는 아래로 떨어졌다. 간신히 해안에 불시착했지만 탑승객 26명이 죽었다. 생존자는 단 1명. 병원에 이송된 중국인 생존자는 범인 가운데 하나였다. 마카오 경찰의 조사 결과 돈을 노린 범행으로 밝혀졌다. 막상 범인은 벌을 받지 않았다. 관할권 탓이다. 마카오 당국은 사고기가 소속된 홍콩으로 범인을 보내고 홍콩은 범행이 역외에서 발생해 재판권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중국으로 추방하는 데 그쳤다. 최초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일까. 여객기 납치는 이후 10년간 연평균 1.5회, 그 다음 10년간은 매년 4.8회씩 발생할 만큼 늘어났다. 1958년에는 영국 더타임스가 ‘(hijacking)’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 가장 극성을 부린 것은 1968년부터 1977년까지. 10년간 414건의 납치사건이 발생했다. 일본적군파와 중동 출신의 도시 게릴라들이 투쟁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깊은 상흔을 남긴 은 2001년 발생한 9ㆍ11사건. 여객기를 납치해 미국의 상징인 무역센터 빌딩을 자살 공격한 사건 이후 세계각국은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승객들의 불편이 크지만 보안규제를 완화할 수도 없는 상황. 주요 항공사들의 보안 관련 지출도 10~30%씩 늘어난다는 소식이 들린다. 참으로 험난한 세상이다. /권홍우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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