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증시의 폭등세가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월부터 러시아의 RTS지수가 90%나 상승했다고 31일 보도했다. 3월 2일 539.37로 마감했던 RTS지수는 지난달 29일 1,087.59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30%, 25%씩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러시아 증시의 폭등세가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위험투자세력의 복귀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올초 러시아 증시가 여타 해외증시에 비해 더 큰 폭으로 하락한 점,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목인 원유 가격이 상승한 점 등도 증시 오름세에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의 원유 매장량은 총 82억톤에 이르며, 세계 6위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 증시의 상승세를 위태롭게 지켜보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수그러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고조되고는 있지만,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란 분석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기업들의 부채 비율도 높다. 금융기업들을 포함한 러시아 기업들이 올해 차환(리파이낸싱)해야 할 해외사채 및 대출 규모는 900억 달러에 이른다. 유가 변동으로 러시아 증시가 폭락할 우려가 있다. 러시아의 RTS지수 편입종목 중 무려 70%가 원유 및 천연가스와 관련돼 있다. 또 지난해 외국인투자자들을 빠져나가게 했던 그루지야 전쟁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경우에도 러시아 증시의 상승세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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