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국책연구소에서 나왔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아야 출산율도 함께 증가하는데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출산 및 육아 후에도 쉽게 재취업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7일 '저출산의 국제비교: 노동시장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은 북유럽과 영미권 국가에서 합계출산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여성의 노동 참여와 출산율을 동시에 증가시키는 정책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과거에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육아의 기회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출산율을 낮추는 것으로 인식돼왔으나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르웨이ㆍ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와 미국ㆍ영국 등 영미권 국가 등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은 국가에서 출산율이 높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북유럽의 경우 전체 고용에서 공공 부문의 비중이 커 여성의 고용안정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 부문의 고용비중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 2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3위에 불과할 정도로 대단히 작기 때문에 북유럽식 방식을 그대로 들여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커다란 재정지출 없이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출산에 따른 유급휴가제도가 없고 가계소득 대비 육아부담이 OECD 평균을 넘지만 반대로 출산 여성에 대한 특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이 여성의 고용을 기피하지 않는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미국에서 1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1975년 30.8%에서 1994년 58.8%로 무려 91%나 증가했다. 즉 노동참여율과 합계출산율이 동시에 늘어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손기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여성이 취업이 자유로운 것은 물론 휴직 및 재취업도 쉽기 때문에 출산율이 높게 나타난다"며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노동시장 구축을 통해 여성의 노동참여율과 출산율을 동시에 증가시키는 정책을 시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공 부문의 고용을 늘리는 북유럽식 모델에 대해서는 "정부 업무처리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고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을 감안할 때 정부 부문의 비대화는 재정을 압박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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