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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5월 25일] 공공기관이 상생 모범 보여야
입력2010-05-24 18:20:52
수정
2010.05.24 18:20:52
건설공사에 사용되는 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납품대금으로 장기어음을 받거나 아예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아서 자금난이 심해지고 연쇄도산의 위험에 시달린다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도로ㆍ아파트ㆍ댐 등의 건설에 사용되는 물량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늘 약자의 입장에서 건설업체들의 눈치를 봐왔다. 외상납품을 비롯한 부당한 요구에 응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중소 자재 납품업체들 위에 군림해온 건설업체들의 외상납품 요구 현상은 완전한 관행으로 자리 잡아 이제는 정부가 지급하는 현금을 받고 시행하는 공공공사에서도 자재 납품 중소기업에 장기어음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中企울리는 공공공사 장기어음
이런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공공기관 시행 공사 가운데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공사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주요 자재를 공공기관이 직접 구매해 관급자재로 공급할 것을 의무화했다. 공공공사에서라도 중소업체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을 적극 이행해야 할 대형 공공기관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공사용 자재의 직접구매를 회피하자 정부는 지난해 관련 법률을 정비해 구체적 예외사유를 고시하지 않을 경우에는 반드시 공사용 자재를 직접 구매하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이후 대다수 공공기관들은 이를 준수하고 있지만 일부 대형 공공기관들은 제도 이행력을 높이기보다는 연구기관 등을 내세워 회피사유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기관들이 내세우는 직접구매 회피 사유는 하자책임의 불분명과 공사비 증가, 자재 품질의 저하, 그리고 자재 적기 조달 곤란 등으로 요약된다.
관련 법령 준수가 엄격히 요구되는 공공공사에서 일정 부분 하자는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책임소재 공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을 이유로 법령에 명시된 의무 자체를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실제로 대형 공공공사를 턴키로 수주한 메이저 건설사들은 발주 공공기관과 동일하게 공기준수 의무 및 하자 책임소재 불분명 등의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자재를 직접 구매하고 있다. 일반공사냐 턴키공사냐에 상관없이 자재를 직접 구매해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공공기관의 주장처럼 자재 직접 구매로 소요예산이 늘어난다면 공공기관의 자재구매 능력이 건설사보다 뒤처지거나 아니면 그동안 공공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들은 이윤도 나지 않는 공사를 수주해왔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자재의 품질 저하나 적기 조달 곤란 등의 이유도 연간 수십조원의 공사를 발주하는 공공기관 스스로가 공사에 대한 관리감독 능력 부족을 인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금지급을 조금이라도 늦춰서 자신들의 몫을 늘리려 하는 건설업체들의 자재 직접구매 축소 주장은 어느 정도 웃어넘길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공사를 시행하는 공공기관들이 관련 법령을 지키기보다는 온갖 이유를 들어 회피책 찾기에 몰두하는 모습은 변화를 갈망하는 중소기업들을 매우 실망시키고 있다.
말로만 중기지원 이제 그만
5월11일 청주지방법원에서는 청주시가 턴키로 추진하고 있는 376억원 규모의 '하수처리장 여과시설 설치 및 소각로 증설공사'와 관련, 주요 자재를 중소기업청과 협의한 결과에 따라 직접 구매하도록 조정판결이 내려졌다. 앞으로 이와 같은 유사 소송 및 판결은 전국 각지로 확산해갈 것이다.
5월 둘째 주는 '중소기업주간'이었다. 공공기관들이 말로만 중소기업 지원을 외칠 것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효율적인 이행방법을 정립함으로써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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