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화산업은 대기업 자본의 독무대다. 국내 최대관객을 모았던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살인의 추억’, ‘친절한 금자씨’ ‘말죽거리 잔혹사’ 등 히트 작품들이 모두 대기업이나 몇몇 충무로 벤처 자본의 몫이다. 이른바 ‘한류’ 열풍을 타고 드림웍스 등 글로벌 영화자본도 국내 영화를 시나리오 단계에서 입도선매할 정도로 한국 영화산업은 확장일로에 있다. 최근 이 같은 대기업, 글로벌 자본들만의 리그에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식 투자 채널을 만든 이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금감원 승인을 거쳐 국내 최초의 영화펀드를 내놓은 CJ자산운용의 장길훈 대표(42)가 그 주인공. 장 대표는 “그동안 영화산업은 고위험 고수익과 투자회수 기간이 길다는 고정관념 속에 일반인에게는 닫혀있었다”며 “커져 만 가는 국내 영화산업의 과실을 관객들과 누리고 싶었다”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98년 이후 한국영화가 연평균 40% 성장이라는 저력을 보여주는 데 일등 공신이었던 관객들이 직접 대형 영화 제작자가 되는데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CJ 무비&조이’로 명명된 이 펀드는 기존에 영화펀드의 사례가 없었던 데다 투자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금감원의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한류 열풍에 따른 안정적 영화산업 성장 전망과 채권 투자를 병행한다는 조건 등으로 거듭되는 상품 설명을 거쳐 1년여 만에 금감원의 승인을 얻었다”고 말했다. 10일부터 CJ 무비&조이가 은행 및 증권사 창구에서 모집할 규모는 350억원. 은행ㆍ보험사 등 기관의 투자분까지 합치면 1,000억원으로 주로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 배급하는 블록버스터에 투자하게 된다. 장 대표는 “올 12월 개봉하는 장동건ㆍ이정재 주연의 메가 블록버스터 ‘태풍’에 첫 투자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태풍은 두 남자의 결투를 다룬 총 제작비 160억원의 액션물로 ‘태극기 휘날리며(제작비 130억원)’를 뛰어넘는 국내 영화상 최대의 투자를 기록하게 됐다. 그는 태풍 제작과 관련 “올 초 동남아의 쓰나미가 있었던 바로 그 해안가에서 해외 로케를 가졌었다”며 “쓰나미 바로 전일에 촬영이 끝나 배우를 포함한 제작진이 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고 뒷얘기를 전해줬다. 그는 “팬 투자자에게 팬 사인회, 영화 시사회, 대형 포스터 제공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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