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과 학계의 다리역할을 하겠습니다.” 이효원(사시33ㆍ부부장검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은 현직 검사로는 처음으로 서울대 교수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추석 이후 검찰이 아닌 서울대 교정으로 출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부부장검사는 “검찰에서 너무 많이 배려했는데 갑자기 떠나 남은 검찰 선후배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4년간이나 몸 담아온 검찰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부장검사는 검찰 내 핵심 인재로 주목받아왔다. 남들은 한번도 나가기 힘든 해외연수를 세번이나 다녀왔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과 연방헌법재판소 연수로 통일 전후의 법 제도를 연구했다. 국내에서는 통일 대비 법제와 분단ㆍ체제 전환 국가의 법제 연구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부부장검사의 말대로 14년간의 검사 생활을 ‘절반은 해외에서, 나머지 절반은 국내에서’ 한 셈이다. 더욱이 그는 독일 검찰과의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네번째 연수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다 서울대의 러브콜을 받고 잠시 망설인 끝에 교수직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 부부장검사는 “몇 년 전부터 교수직에 뜻이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기회가 찾아올지는 몰랐다”며 “독일 파견을 앞두고 있어 망설이기도 했다”며 고심한 흔적을 내비쳤다. 이 부부장검사는 검찰 내에서 ‘출세’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겠지만 검사 생활보다 후배양성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보람이 더 클 것 같았다”며 교수직을 선택한 이유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그렇다고 검찰에 불만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며 웃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부부장검사의 서울대행 소식이 전해지자 격려와 함께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직업 선택이야 말릴 수 없지만 이 부부장검사 같은 인재를 놓친 것은 (검찰로서는) 손실이 아닐 수 없다”며 “인재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열정을 바쳐 일하고 그로 인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조직의 비전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