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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법이 지켜지는 사회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려면 사회구성원들간의 약속인 법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그간 우리 사회가 법을 제정하는 데에만 급급해 사실상 지키기 힘든 내용을 담은 법들을 남발해왔을 뿐 막상 위반 행위를 단속하는 일에는 너무 소홀했던 데 있지 않나 싶다. 법과 도덕은 모두 인간들의 사회 생활을 규율하는 규범이지만 전자는 강제력을 띠는 반면 후자는 그 준수 여부를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양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지키지못할 법은 제정 말아야 즉 규범에 강제력이 부여될 때 비로소 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을 제정할 때에는 지킬 수 있는 범위에서만 제정해야 하며 아울러 현실적인 집행 가능성 및 강제집행에 대한 의지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다 지키다 보면 실제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결국은 위반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법을 만들어놓고 어쩌다 걸린 사람만 처벌하는 과정이 되풀이되면 법을 위반해 걸린 사람조차도 반성은커녕 억울하다는 느낌만 갖게 된다. 선거 때만 되면 양산되는 선거사범은 이런 현실성이 없는 법률 제정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더구나 노동쟁의 때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투쟁방법이 준법투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어떻게 법을 지키는 것이 투쟁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우리 사회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따지고 보면 황당한 말이 그럴듯한 설득력을 가지고 사용되는 것도 현실성이 없는 법 위반에 대한 선별적인 집행에 기인한 부분이 적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사실 진실 파악에 대한 능력의 한계로 인해 죄없는 사람이 유죄로 몰려 처벌을 받는 경우는 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실체적 진실에 따르면 무죄임에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는 경우란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규를 위반한 자들의 경우에는 부족한 현실성에 반비례해 정상참작의 여지는 늘어나므로 온정을 베풀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며 그렇게 되면 결과는 담당 재판관의 주관적인 성향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커질 뿐 아니라 유능한 변호사가 그러한 사정을 재판부에 낱낱이 전달해줬느냐 여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당사자들의 판결 결과에 대한 승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나아가 이행은 가능하지만 집행할 의지가 결여된 법을 남발해 결국 법을 지키는 자만이 손해를 입는 경우가 생활 속에 비일비재하다는 점 역시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다. 예를 들면 옥탑방은 불법이라고 하면서도 막상 이런 불법 건축물이 많이 늘어나 이해관계인이 많아지면 정부에서는 의례 양성화를 통한 구제를 시도해왔다. 한번 정했으면 엄격한 집행을 하지만 이렇게 되면 고지식하게 법을 지키느라 옥탑방을 짓지 않았던 국민들만 바보가 되는 셈이다. 일정한 기준을 갖추는 조건으로 사후 구제를 시도할 것이라면 처음부터 그런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자유롭게 옥탑방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어야 하며 일정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일반적으로 허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불법 옥탑방은 비용이 얼마가 들든지 과감히 부숴야 한다. 만일 그렇게까지 집행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그런 규제는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키면 불편하고 안 지켜도 별 불이익이 없는 법은 사회악이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법을 지켜주기를 바란다면 법은 이행 가능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제정돼야 하며 일단 법이 제정된 이상은 반드시 지켜지도록 위반자에 대한 법 집행은 보다 엄격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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