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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5월 14일] 다윈, 민주노총에 가라사대…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그가 진화론을 설파한 ‘종(種)의 기원’ 발간 150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그의 생애와 업적을 재조명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진화론의 핵심이론은 적자생존(適者生存, survival of the fittest)이다.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는 것은 도태돼 멸종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영국의 경제학자 스펜서가 처음 썼고 이후 다윈이 다시 사용함으로써 널리 알려졌다. 환경 변했는데 투쟁방식은 여전
스펜서와 다윈이 지금 살아있어 우리나라 민주노총을 보았다면 뭐라고 했을까. ‘바보들, 환경변화에의 적응을 그렇게 강조했거늘….’ 틀림없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민주노총은 지금 창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잇따른 비리와 부정으로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고 일선 노조의 탈퇴가 줄을 잇고 있다. 노조 간부들이 납품과 채용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고 앞에서는 강경투쟁을 외치면서 뒤로는 사용자를 만나 거액의 뒷돈을 받아 제 주머니를 채우는 파렴치한 행위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젠 조합원 성폭행과 조직적 은폐 시도 사건까지 일어났다. 민주노총은 비리와 부패백화점이라는 질타(민주노총 충격보고서)가 실감난다. 도덕성은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주요 무기의 하나다. 도덕성을 잃으면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게 되고 운동의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백번 양보해 이 같은 타락이 일부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이해한다 치자. 어느 조직이든 물을 흐리는 꼴뚜기는 있기 마련이니까. 정말 심각한 문제는 산하 개별기업 노조의 탈퇴다. 물고기가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듯 조합원 없는 노조는 존립이 어렵다. 올 들어 서울과 인천 지하철노조, 영진약품 울산 NCC 천안 승일실업 노조가 탈퇴하는 등 크고 작은 노조들의 이탈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이반 현상은 민주노총이 다수 조합원들의 목소리와 기대를 외면하고 ‘자신들만의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활동을 보면 ‘지도부만의, 지도부를 위한 투쟁’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현장 조합원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총파업을 벌이기 일쑤다. 파업이유도 한미 FTA 반대, 미군기지이전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등 조합원 복지나 근로조건 개선 등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ㆍ이념적인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민주노총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가 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급기야 결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위노조는 상급단체의 하부조직이자 구성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섬기고 받들어야 할 고객이기도 하다. 고객의 요구와 기대를 외면하면 고객이 떠나는 것은 정한 이치다. 민주노총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사회 민주화와 노동자 권익향상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조합원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조합원들은 이제 정치적 현안보다 고용안정 및 임금ㆍ복지 등 노조 본연의 활동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또 전투적 투쟁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을 원한다. 환경이 변했으면 그에 맞는 적응 노력을 해야 한다. 운동방향과 투쟁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시대역행적 경직된 운동을 고집하면 기다리는 것은 도태의 운명뿐이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도태
임성규 민노총 위원장은 “최근 현장을 둘러보니 회사가 살아야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라며 노동현장이 이성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협박성 총파업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늦게나마 현장의 기류를 깨달은 것 같아 다행이지만 아직 미덥지 않다. 전임 위원장도 취임 초 ‘파업을 위한 파업은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말 뿐이었다.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환골탈태. 그게 민주노총이 살고, 노동자가 살며, 나라 경제가 사는 길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적자생존론을 깊이 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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