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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규제완화 '바다'에 빠질라

규제완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두 얼굴을 가진다. 규제완화는 소기의 정책효과를 달성하면서도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득보다는 실이 많아 정책실패 내지 정책오류로 판명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규제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카드사태를 부추긴 장본인 중 한명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길거리 카드 모집을 금지하려는 금융감독원의 뒷북대책조차 지난 2001년 7월 ‘영업자율침해’라는 규개위 판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길거리 카드 가판대가 사라지기까지 이로부터 1년이 허비됐다. 강 전 위원장은 취임 초 “비상근 민간 위원장이어서 책임이 없다”며 회피하다 2004년에 비로소 “매우 가슴이 아프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사과했다. 온 나라를 도박공화국으로 몰고 간 ‘바다이야기’ 파문은 게임산업과 상품권에 대한 규제완화가 화근이 됐다. 도박풍조 만연이라는 사회병리 현상이 기저에 깔려 있기는 하지만 출발점은 정보기술(IT) 붐에 편승, 게임산업을 차대세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 배려에 있다. 게임산업 규제완화 과정을 보면 2001년과 2002년 부동산 폭등, 카드대란 등 과거의 정책실패로 가는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정부 내 위기관리와 견제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고 한번 풀린 규제의 고삐는 관성에 따라 더욱 풀려만 갔다. 과거의 정책실패와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득실에 대한 논란이 새삼 불거졌지만 신자유주의 조류를 감안하면 규제완화는 대세이다. 세계화ㆍ개방화 시대에는 정부보다 시장의 역할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시장개입이 경제의 효율성과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신자유주의 사상은 논란은 있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최근 규제완화책을 들고 나왔다.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수도권 규제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과거 재경부 차관보 시절 규제완화(De-Regulation)가 아닌 규제조정(Re-Regulation)이라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권 부총리이지만 그의 전정은 그다지 밝아 보지 않는다. 대형 사건이 터지면 공직자들은 “내가 왜 총대를 메야 해야 하냐”고 움츠러들고 정책의 득보다는 실을 더 걱정한다. 임기 말 복지부동도 기승을 부릴 수 있다. 모처럼 꺼내 든 규제완화책이 ‘바다이야기’에 빠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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