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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권위의 건축 대상(大賞)인 제15회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수상작 선정을 위한 현장심사가 마무리돼 최종 수상작 선정에 건축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9일 사흘간의 지방심사로 시작된 이번 현장심사는 12일 경기ㆍ강원 지역, 15일 서울에 이어 16일 제주도를 끝으로 일정을 모두 마쳤다. 심사위원들은 현장심사가 휴가철과 겹쳤음에도 전체 일정에 단 한명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뜨거운 관심과 열정을 보였다. 특히 서울과 경기ㆍ강원 지역 현장 심사는 주말과 공휴일에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출품자들도 모든 일정을 미루고 현장에 나와 작품 설명에 나서 건축계에서 차지하는 상의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개인 건축주들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휴일 외출을 취소하고 심사위원들을 직접 맞아 작품 구석구석을 안내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12일 경기ㆍ강원권 현장심사에서는 모두 3개 작품의 심사가 이뤄졌다. 작품 수는 많지 않았지만 철원~양평~용인으로 이어지는 장거리 여정인데다 작품 소재지가 휴가지와 겹쳐 교통체증 등으로 애로를 겪었다. 심사위원들은 단순히 작품을 심사하 는데 그치지 않고 때로는 설계자나 건축주와 즉석 토론까지 벌이기도 했다. 15일 서울 지역 심사에서는 강북권 3곳, 강남권 3곳 등 6개 작품의 심사가 이뤄졌으며 심사위원들은 마지막 일정인 16일 제주도 심사에서는 단 한 개 작품의 심사를 위해 먼 길을 다녀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을 보였다. 서울ㆍ경기ㆍ강원권 현장심사에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설계자가 건축주에게 설계비 대신 건축주의 조각작품을 받고 흔쾌히 설계에 응해준 사례도 있었다. 아직 최종 심사 전인 탓인지 심사위원들은 개별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극도로 자제하면서도 전반적인 출품작 수준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장양순 위원(창건축 대표)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공공ㆍ민간 건축경기도 많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작(秀作)들이 많이 출품됐다”며 “시대가 어려울수록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는 옛말이 그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특히 “올해는 기성 작가뿐 아니라 능력 있는 젊은 신인들이 좋은 작품을 많이 출품해 건축계의 미래가 밝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 작품은 1차 심사를 통과하고도 건축주와 설계자간 협의 미비를 이유로 뒤늦게 출품을 철회, 현장심사가 취소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피곤한 일정에도 심사위원들은 이동이나 식사시간 등을 이용해 틈틈이 심사방법의 개선과 한국건축문화대상의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등 진지한 토론을 계속했다. 한편 오는 21일로 예정된 최종 심사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워낙 뛰어난 작품들이 많다 보니 최종 수상작 선정에 적지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게 심사위원들의 한결 같은 평가였다. 심사위원들은 “1차 심사를 통과한 것만으로도 이미 수준급의 작품성은 검증된 셈”이라며 “최종 선정 결과에 관계없이 이번 현장심사 대상 작품들은 모두 국내 건축을 대표할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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