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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1월 12일] 아르헨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페론주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중앙은행 총재를 전격 경질한 것은 경제적 잠재력이 넘쳐나는 아르헨티나가 아직도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의 대중영합주의)로 통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마르틴 레드라도 중앙은행 총재에게 현재 보유외환 481억달러 가운데 66억달러를 외채상환기금으로 전용할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되자 그를 경질하는 내용의 포고령을 집행했다. 그러나 법원이 포고령의 집행정지를 명령한 덕분에 레드라도 총재는 복귀했지만 오는 9월까지의 공식임기를 채우기는 힘겨워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1,000억달러의 외채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탓에 국제 금융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강도 높은 채무탕감을 거부하는 채권단과 새로운 채무스와프(debt swap) 계약을 맺어 국가신용등급의 회복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이러한 주장은 외견상으로는 타당해 보이지만 문제가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가신용도를 개선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자금마련 수단에 자주 의존한다. 2008년 300억달러 규모의 개인연금 펀드를 국유화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가 수출 농산품에 다양한 관세부과 조치를 내리자 여론은 크게 반발했고 의회도 반기를 들고 나섰다. 그러자 정부는 국유화 조치로 맞선 것이다. 보유외환은 아르헨티나가 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가장 믿을 만한 닻 역할을 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남편의 집권시절(2003~2007년)에 보유외환이 8억달러가 늘었다고 자랑한다. 물론 사실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동안 통화가 크게 평가절하됐고 국제상품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정부가 기민하게 정책대응을 했다기보다는 외부요인에 힘입은 바가 더 크다.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이번 개입은 국가채무를 줄이겠다는 표면적 이유보다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돈 풀기' 성격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재 의회가 '여대야소'인 상황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페론주의 성향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0년을 비교적 잘 버텨왔다. 이제는 당연히 누렸어야 할 번영을 본격적으로 맞이할 기회를 갖게 됐다. 그 결과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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