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정치 스캔들 뒤에는 '~게이트'라는 말이 따라 붙곤 한다. 국내에도 최규선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등 비리 사건에 '게이트'가 등장했다. 어떤 이유로 게이트란 말이 불명예의 꼬리표로 쓰이게 된 걸까. 미국 제37~38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연루된 최악의 정치 스캔들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다. 이 사건은 1972년 6월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획책하는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된 미국의 정치 사건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닉슨 대통령은 처음에는 이 일을 축소ㆍ은폐하려고 했지만 결국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탓에 워터게이트 사건은 크고 작은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이 사건을 직접 다룬 영화는 더스틴 호프만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란 작품으로 제작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81회 아카데미영화제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신작 '프로스트 vs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이 물러난 이후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어 흥미를 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백악관에서 쫓겨난 닉슨 대통령(프랭크 랑겔라)은 국민에게 아무런 진실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의 별장으로 떠난다. 그의 사임 장면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던 한물간 토크쇼 MC 프로스트(마이클 쉰)는 뉴욕 방송국으로 복귀하고 싶어 기발한 계획을 세운다. 닉슨을 인터뷰해 미국 네트워크 방송사에 판매, 돈과 명예를 되찾겠다는 것. 닉슨도 정치인과 인터뷰 경험이 없는 풋내기인 프로스트를 제압해 워싱턴 정계로 복귀하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뷰에 응한다. 프로스트와 닉슨은 모두 4일간의 치열한 인터뷰 '전쟁'을 치르지만 백전노장 닉슨은 프로스트를 농락하면서 인터뷰를 유리하게 이끌어간다. 과연 프로스트가 닉슨으로부터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참회의 고백을 얻어낼 수 있을까. 정치사건을 다룬 영화인데다 인터뷰 형식으로 전개돼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영화는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연극 등에서 이미 인정 받은 베테랑 배우 프랭크 랑겔라와 마이클 쉰의 연기 대결이 관객을 압도한다. 2001년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한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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