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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9월 27일] '펀드 월드컵' 우승을 위해

코스피지수가 장기 박스권을 상향 돌파, 세계증시를 선도하고 있지만 펀드 환매 행렬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순유출을 기록한데다 누적 순유출 규모가 2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007~2009년 고점 부근에 들어갔다가 금융위기로 새가슴이 됐던 펀드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자 '앗 뜨거워' 하면서 빼는 양상이다. 특히 이들 자금은 증시를 벗어나는 게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춰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증권사 랩(Wrap) 상품으로 흘러가고 있다. 펀드에 대한 국민과 투자자들의 불신이 더욱 깊어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펀드(자산운용)시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희망이자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산업이다. 자본시장 글로벌화의 첨단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저성장시대에 글로벌 성장시장을 상대로 국민의 자산을 키워줘야 하는 미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높은 인건비를 감당하며 수익을 낼 수 있는 몇 안되는 산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고용효과도 적잖다. 펀드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등이 힘을 쏟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무엇보다 꾸준한 수익률로 글로벌시장에 내세울 만한 펀드가 눈에 띄지 않는다. '늙은 시장'으로 변하는 패러다임을 포착해 투자자의 연령에 맞춰 주식·채권 등 현금성 자산비중을 자동 조절해주는 라이프 사이클 펀드로 히트 친 피델리티 펀드,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시장을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의 리더 뱅가드 펀드가 우리에겐 언제쯤 나올까. 철학을 갖고 일관된 투자로 꾸준한 수익을 내는 펀드가 우리에겐 신기루에 불과한 것인가. 영국계 컨설팅회사의 최근 조사에서 서울시는 2회 연속해 '금융허브로의 발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도시 TOP4'에 들었다. 글로벌 자산운용회사의 아시아지역본부장은 "아시아 역내 펀드 판매의 활성화를 위해 공동의 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수익향상은 물론 펀드산업 발전을 위해 장기투자에 힘쓰고 정부 당국은 이를 위해 세제혜택을 지원하고 자산운용사들은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본기 육성에 다시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지난 주말 사상 처음으로 축구월드컵을 따낸 17세 이하 여자선수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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