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개방이 동아시아로 파급될 것이다.” (웬디 커틀러 한미 FTA 미국 측 수석대표) “한미 FTA 타결이 ‘반(反)세계화’ 목소리를 높이는 구실로 작용할 수 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 미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한국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웬디 커틀러 한미 FTA 미국 측 수석대표는 5일(현지시간) 미 의회 보좌관과 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에서 열린 모임에서 “한미 FTA 타결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개혁과 시장개방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며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한국의 시장개방은 동아시아에서 다른 국가들의 시장개방을 유도해 경제자유화 물결을 유도하는 도약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과의 FTA 타결은 향후 미국이 추진하는 아시아 국가와의 무역협상에서 전형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 중 싱가포르ㆍ한국과는 FTA를 체결한 상태이며 현재 말레이시아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커틀러 수석대표는 “이번 한국과의 협상에서 쌀까지 포함시켜 전체 협상이 무산될 위기를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쌀을 제외시켜 타결하는 쪽으로 결정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했다”면서 “결국 후자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쌀을 협상대상에서 제외한 전략이 결코 선례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부정적인 면을 경계해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좁은 시각으로 보면 분명히 한미간 FTA는 관세철폐를 통해 교역규모가 늘어나는 좋은 면이 있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좀더 넓은 정치적인 시각으로 볼 경우 현재 심화되고 있는 반세계화 물결을 더욱 악화시키는 구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미 의회가 중국에 대한 제재조치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입장을 갑자기 바꿔 한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정을 환영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이중 잣대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한미 FTA 비준을 두고 미 의회에서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향후 미 의회의 무역정책 입장을 알아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만약 의회가 이를 비준한다면 보호무역을 우려하는 나의 견해가 잘못됐다는 것을 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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