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그랜섬(GMO 회장), 비니 카탈라노(블루마블 리서치 최고 투자전략가), 마이클 다르다(MKM파트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터 그랜디치(아고라컴 CEO). 이들은 지난 3월 이구동성으로 '주식에 투자하라'며 주가 바닥을 진단해 냈던 월가의 떠오르는 전문가들. 이들을 대상으로 최근의 주식시장 상황을 진단한 결과 절반은 '이르면 10월부터 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또 다른 절반은 '20~30%는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 팽팽하게 맞섰다. 누가 시장의 바닥과 꼭지를 정확하게 짚어낼지 모르지만 이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다시 한번 '스타 중의 스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월 당시 바닥론을 주장했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향후 1년 동안 주식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신중론'과 '추가 상승론'이 각각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레미 그랜섬은 지난 3월 '겁에 질렸을 때 투자하라'며 주식 매수를 권유했던 대표적인 인물. 보스턴의 자산관리회사인 GMO의 회장인 그는 이번 조사에서 현재의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고 밝혔다. 기업 수익을 바탕으로 평가할 때 S&P500의 적정가치는 880선이라는 것이다. 그래섬 회장은 최근 고객에게 보낸 서신에서 그 동안 강세론을 펴온 회사의 방침을 바꿔, "향후 7년간 주식시장이 조정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루마블 리서치의 최고 투자전략가인 비니 카탈라노 역시 "현 주가 수준이 적정가치보다 높다"고 본다. 그는 기업 이익을 근거로 S&P 500의 적정 수준을 945라고 평가하고 이르면 10월께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조정 수준은 10%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폭락이 오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MKM파트너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다르다는 내년까지의 주식 전망을 밝게 봤다. 다라다는 경기 회복이 기대 이상으로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S&P500지수가 1,200~1,1300수준까지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보다 20~30% 추가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르다는 "가파른 경기 침체 이후 경제 지표와 신용 시장이 극적으로 개선됐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총생산(GDP)과 기업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 그 연장선상에서 시장의 목표를 올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 축소 정책, 정부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조세 인상 등의 가능성이 높다며 2010년 이후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나다 온라인투자커뮤니티인 아고라컴의 최고경영자(CEO)인 피터 그랜디치 역시 다우존스지수가 현재보다는 1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뉴욕 다우존스 지수는 1만500포인트 수준까지 상승하고 미국보다 부채가 적은 해외 시장은 상승폭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지만 "주택가격 하락과 자산 축소로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주가가 지난 3월 저점과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전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과거의 고점 회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편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24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세계경제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 하강) 침체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래 최악의 침체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과연 언제 끝날지, 경제회복 패턴이 어떤 모습일지, 다시 침체에 빠질 위험은 없는지 등 3가지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누리엘 교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취했던 각종 조치를 서서히 거둬들이는 이른바 '출구전략'과 경기부양 노력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의 어려움, 유가 및 식품 가격 상승을 더블딥 침체 가능성의 근거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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