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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반전의 미학'은 항상 있다
입력2005-12-01 16:29:36
수정
2005.12.01 16:29:36
벌써 인사 시즌이다.
2005년을 시작한 지 몇 달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허구한 날 지지고 볶다 보니 벌써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기업들 분위기는 다소 들뜬다. 한해 경영성과를 놓고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승진 대상을 놓고 실갱이한다. 발 빠른 일부 기업들은 벌써 연말 인사를 끝냈다.
매년 인사 시즌이면 항상 그렇지만 올해도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승진했거나, 승진할 사람들이야 뿌듯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올해 겨울바람이 유난히 매서울 것이다. 승진 한번 못한다고 긴긴 인생이 박살나는 것도 아니지만 남들 다하는 승진을 유독 힘들게 해야 하는 사람들은 지금이 제일 괴롭다. 회사 안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시선이지만 가족들에겐 또 어떤 핑계를 대야 할지 난감할 것이다.
뜻하지 않게 인생역전 기회 와
고리타분하게 들리겠지만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현장을 누벼온 기자로서는 이처럼 멋있는 ‘반전의 미학’을 보지 못했다. 기업의 흥망성쇠를 보더라도 그렇고 개인사를 찬찬히 살펴봐도 그렇다.
지금은 세계가 주목하는 삼성전자지만 불과 20년 전만해도 가급적이면 들어가지 않으려던 회사 가운데 하나였다. 그 연배에 맞는 선배들 가운데 “삼성그룹으로 입사해서 삼성전자로 배치받으면 다른 직장을 찾아볼 생각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거꾸로 그 당시 누구나 가고 싶어 했던 종합상사는 한동안 기피 대상 1호의 직장이었다.
직장인에게도 비슷한 사례가 참 많다.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된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걸린 신규사업부에서 인생역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그는 사석에서 가끔 당시 이야기를 이렇게 말한다. “인터넷이 뭔지도 모르는데 회사에서 발령을 내더라. 나가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였지만 가만히 보니 인터넷을 나만 모르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더라.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있는 재주 없는 재주를 모두 동원했더니 어느새 인터넷과 관련된 일이 있으면 사람들이 나를 찾더라.”
그의 고생담이야 성공했기 때문에 쉽사리 나오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라. 새로운 기회를 잡는 사람이나 좌절하고 의기소침해지는 사람들 모두가 생각보다 훨씬 유사한 ‘반전의 조건’에서 출발한 것을 찾을 수 있다.
힘들어도 낙관적 습관 가져야
인사는 공평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것이 또 사람이 하는 일이라 공평할 수 없다. 기회란 꼭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 같고 자신에게는 항상 자갈과 모래가 잔뜩 깔린 고행의 길만 주어지는 것 같다. 언제까지 참을 것인지 시험하는 것 같고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인사권자는 왜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인지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낙관적으로 생각하라. 배운 사람들의 가장 큰 약점은 ‘고민하는 습관’이다. 파격의 역사는 항상 낙관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왔다.
인사는 인사권자가 고민할 일이고 직장인들은 그저 한해의 또 다른 매듭을 지어주는 통과의례라고 치부하자. 오히려 오늘 저녁만이라도 훌훌 털고 가족들과 모처럼 삼겹살이나 맛있게 구워먹는 것이 훨씬 인생답다.
고통 없는 즐거움은 3류소설 아니면 만화책에서나 찾을 수 있다. 직장인들이여, 새로운 반전을 기다리며 오늘의 고통을 오히려 즐겨라.
추신:승진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은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라. 10대1, 100대1의 대단한 경쟁을 뚫었다고 기뻐하기보다 당신들의 승진잔치를 조용히 바라보는 숨죽인 저 많은 사람들을 돌아보라. 자신의 능력만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고 생각한다면 머지않아 스스로가 그 사람들과 같은 표정으로 승진의 주인공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도 상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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