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사는 K씨는 집을 내놓은 지 6개월이 다 돼가지만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한 통의 전화도 받지 못했다. 그 사이 전용 85㎡짜리 집값 시세는 4억7,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 그리고 다시 4억2,000만원으로 속절없이 떨어졌다. 그래도 팔리기만 하면 다행이건만 매매를 부탁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말은 가슴을 후벼 판다. "급하면 더 낮춰보세요. 그래도 팔릴지는 장담 못해요." 최근 일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거래도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만 말 그대로 일부일 뿐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지역은 거래가 뚝 끊겼다. 집을 내놓은 지 6개월 정도 지나 팔리면 다행이고 1년 넘게 안 팔리는 집도 허다하다. 수도권 '집맥경화' 현상뚜렷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는 "집이 안 팔려요" "집 좀 팔아주세요"라는 글과 이에 대한 댓글이 넘쳐나고 임대료도 못내 투잡에 나서는 부동산 중개업소도 늘고 있다. 한마디로 집 거래가 꽉 막힌'집맥경화' 양상이다.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가 심화되면 투자와 소비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현금 보유만 늘어나는 유동성 함정에도 빠질 수 있다. 집은 더 심각할 수 있다. 가계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부동산이다. 부동산 값의 지나친 상승을 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거래 자체가 끊기면 기존 아파트 시장뿐만 아니라 신규 분양시장도 덩달아 침체되고 궁극적으로는 건설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된다. 최근 이런 조짐이 뚜렷하다. 지난해 12월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량은 1만2,340건으로 전월보다 17% 줄어들었다. 경기도와 인천 지역은 각각 20% 넘게 하락했다. 이런 전반적인 감소 속에 서울 강남3구 거래량이 934건으로 43%나 급증했지만 이는 단지 지난해 11월 거래량이 급감한 데 따른 착시현상일 뿐이다. 여전히 지난해 9월의 절반 수준도 채 안 된다. 그 여파로 미분양 아파트가 다시 늘고 신규 아파트의 청약 열기도 한풀 꺾였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인천 지역 미분양 아파트가 전월보다 200% 넘게 늘어난 것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8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반전했다. 청약 열기도 식어 1순위에서 조기 마감되던 별내에서도 미분양이 나오기 시작했고 한강 김포, 삼송, 영종 등에서는 대량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후 나타난 양상이다. 당시를 되돌아보면 강남을 비롯해 일부 집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급등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오른 곳만 올랐을 뿐 대부분의 강북 지역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침체 상태였다. 거래도 많지 않았다.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이던 지난 2006년 11월 강북 14구의 한달 거래량이 1만1,151건에 달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1,573건에 불과했다. 5개 신도시 거래량도 6,506건에서 966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지역차 고려한 보완책 나와야 부동산 가격 상승보다는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세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지만 지역구분 없이 취한 당시 조치가 적절했는지 이제라도 한번 곱씹어볼 일이다. 부동산 담보대출 증가세를 둔화시키고 집값을 안정시켰는지는 몰라도 급등하지도 않은 지역의 수많은 부동산 자산들이 먼저 잠겼기 때문이다. "집 좀 팔아 달라"는 하소연도 대부분 이들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사실 거래 활성화와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난제다. 하지만 일률적 규제로 애꿎은 피해자가 늘고 경기마저 꺾이고 있다면 보완책이 나와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를 다시 부양해야 하는 냉온탕식 부동산 정책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왠지 그 시기가 다시 다가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일도… 부동산시장 뒤집어보기] 전체보기│ [실전재테크 지상상담 Q&A] 전체보기 [궁금하세요? 부동산·재개발 Q&A] 전체보기│ [알쏭달쏭 재개발투자 Q&A] 전체보기 [증시 대박? 곽중보의 기술적 분석] 전체보기│ [전문가의 조언, 생생 재테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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