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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5월 12일] 정책 세울때 통계활용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을 그릴 때 지붕부터 그려나간다. 하지만 실제 집을 짓는 과정은 다르다. 가장 먼저 지반을 꼼꼼히 다지고 주춧돌을 놓은 후 그 위에 단단한 기둥을 세운 후에야 비로소 지붕을 얹을 수 있다. 모든 일에는 밑바탕과 순서가 있다는 얘기다. 주춧돌과 기둥이 없는 허공에 지붕을 놓을 수 없듯 정부의 정책을 만드는 데도 가장 먼저 객관적 통계라는 단단한 지반과 기둥이 기반이 돼야 한다. 통계를 기반하지 않은 정책은 허울만 그럴싸한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 통계 미반영 정책은 사상누각 특히 오늘날과 같이 정보가 범람하고 경제ㆍ사회가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통계는 새로운 정책을 준비하는 단계, 즉 정책 입안과정에서부터 제대로 활용돼야 한다. 수량화된 객관적 지표인 통계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 위치를 가장 정확히 알려주는 척도이자 진일보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초자료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개정된 통계법령에 따라 지난 2008년부터 통계ㆍ정책 간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시행된 '통계기반 정책관리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반가운 일이다. 이 제도는 중앙행정기관이 정책을 도입하거나 변경하고자 법령을 제ㆍ개정하는 경우 정책 입안과정에서 적절한 통계가 활용됐는지 여부를 통계청이 확인하고 통계와 관련된 부분을 컨설팅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에 더해 통계청은 만일 관련 부처가 정책 집행 및 평가에 필요한 통계를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소관부처로부터 통계의 개발ㆍ개선 계획을 제출받아 제도가 좀 더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도입된 여성가족정책의 경우 '가족 모두가 행복하고, 함께하는 평등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다문화가족, 가족친화실태,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실태 등에 관한 필요통계가 마련됐다. 실제로 '통계기반 정책관리제도'가 도입된 2008년 이후 모든 법령의 제ㆍ개정 과정이 이 제도의 평가를 거쳐 진행됐으며 통계를 기반할 필요성이 있는 법령에 대해서는 각 부처에 해당 정책에 필요한 통계를 제시하거나 새롭게 구비해야 한다는 평가의견이 전달됐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어린이 활동공간의 위해성 관리, 노인장기요양보험, 농산물 원산지표시 등에 대한 정책들은 모두 이 제도를 거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에 더해 정부는 이 제도가 보다 활성화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부처별 역량평가시 통계활용도를 중점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각 부처의 정책입안 또는 추진시 통계를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또 적절한 통계활용을 위해 관련 부처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이렇듯 적절한 통계를 활용하지 못했거나 관련 통계 미비에 따른 정책 실패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얼마나 실현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통계기반 정책관리제' 정착을 통계자료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만든 정책은 모래 위에 지어진 집과 같다. 당장은 멀쩡해 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초가 허약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반면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되고 검토된 정책은 주춧돌을 바로 놓고 단단한 기둥을 세운 집처럼 견고하기 마련이다. 사회가 고도화ㆍ첨단화돼갈수록 국민들은 더욱 높은 실효성을 지닌 정교한 정책을 원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교한 정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수치ㆍ분석의 결과물인 통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마련된 '통계기반 정책관리제도', 이 제도가 단지 정책입안의 불필요한 하나의 단계로 인식될 것인지 혹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기틀로 정착할 것인지는 이를 담당하는 통계청은 물론 활용하는 여러 부처의 손에 달렸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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